자택 건축기 ‘집의 귓속말’ 펴낸 나우랩 건축사사무소 최준석 소장
다락에는 지붕창을 내 그곳에 누운 둘째 딸이 한낮 구름과 깊은 밤 달빛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최준석 소장은 “지붕창은 단열과 방수에 불리하다. 하지만 시원한 소나기 소리를 다락방에 선물한다. 집짓기는 두려움과 기대를 맞바꾸는 과정”이라고 했다. 최준석 씨 제공
15일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에서 만난 최 소장은 “처음으로 내 가족을 위한 집을 지으며 20년 넘게 해온 건축 일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가을 큰맘 먹고 경기 용인시에 면적 165m²의 땅을 매입했다. 두 딸, 아내, 부모님과 함께 살 이층집을 설계하고 2017년 봄에 착공해 12월 완공했다. 늘 건축주를 만나 일해 오다가 처음 스스로 건축주가 돼 본 거다. 정말 큰 공부가 됐다. 그 시기에 경험하고 갈등하고 고민하고 느낀 바를 기록한 책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최준석 소장이 지은 이층집. 1층 거실에 누워 8m 높이의 천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다. 다락계단도 휴식과 대화의 공간일 수 있게 만들었다. 깔끔한 비움을 추구한 정원에는 화분이 가득해졌다. 1층 일부는 업무 공간으로 활용한다(위부터). 최준석 씨 제공
“건축가는 땅, 예산, 사용자의 요구 사항 등 주요 조건이 갖춰진 일을 의뢰받아 설계한다. 시공 감리 때도 여러 이유로 인해 ‘내 집처럼’ 현장에 늘 머물 수는 없다. 자기 집을 짓는 건축주의 마음과 생각이 그래서 항상 궁금했다. 물론 아내는 ‘그런 게 궁금해서 집 짓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야단쳤다. 하하.”
최준석 소장은 “내 집을 짓고 난 뒤 비로소 건축주의 심정을 역지사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아파트 바닥이 아닌 맨땅을 밟는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개인적 영역을 갖고 싶었다. 이사하고 이제 2년 반 지났는데, 가족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다. 예산이 부족해 허술하게 마감한 부분이 많지만 감수하며 지낸다.”
구체적 실무를 직접 제어하면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오판이었다. 예상했던 자재비와 시공비는 여러 이유로 변했다. 염두에 뒀던 시공기술자 섭외가 어려워지는 등 갖가지 난관이 발생했다. 최 소장은 “건축주들에게 ‘내 집처럼 설계해 드리겠다’고 했던 게 얼마나 속 편한 말장난이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원래는 숲 쪽에 붙은 땅을 사려 했지만 풍수지리를 동원한 가족들이 만장일치로 큰길 쪽에 면한 땅을 선택했다. ‘미니멀리즘의 여백’을 추구한 뜰에는 화분이 빽빽이 쌓였다. 한가로이 쉴 자리로 만든 벤치는 화단이 됐다. 그는 “건축가의 계획과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만드는 생활의 모습이 무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집 짓는 일은 마음공부다. 성격까지 무던해졌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일만 하며 가족,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일을 맡겨주는 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함을 알게 됐다. 실현 가능한 영역에서. 억지스러움 없이.”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