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16일 개성공업지구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북미 간 대화를 중재하는 데 실패한 문재인 대통령에 보낸 메시지”란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남북관계 파멸의 징조(Death Knell)’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쌓여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좌절감이 폭발한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을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북미 양측은 앞서 1차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항의 합의사항을 도출했으나, 2차 정상회담 땐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과 그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등 보상 문제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2차 정상회담 결렬 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는 작년 6월 남북미 정상 간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되면서 다시 시동이 걸리는 듯 했으나,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재차 결렬된 뒤 북미 간의 가시적 접촉도 끊기고 말았다.
이와 관련 NYT는 북한이 작년 3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중재자’가 아닌 ‘(협상) 참여자’”(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라고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년여 간 북한의 대남 경고 수위도 꾸준히 높아져왔다”고 지적했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뒤 청와대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점을 들어 “이는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에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올 1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정상회담 등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다며 자신이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점을 최대 외교치적 가운데 하나로 과시해왔다.
이에 대해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남북한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건 김 위원장이 미국을 압박하는 데 필요한 더 큰 전략의 일부”라면서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에 위협이 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