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의 여동생이 아니라 독립된 정책 입안자" "김 위원장, 2008년 아버지 쓰려진 뒤 권력승계 작업 돌입"
북한이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예고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긴 가운데 김 제1부부장의 급부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불을 지피는 ‘깜짝 놀랄만한 변화(stunning shift)’라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김 제1부부장이 이달초 사실상 김 위원장의 ‘대행(deputy)’으로 공식 승격됐다면서, 김 제1부부장이 2018년 한반도 평화 또는 북핵 프로그램 해결의 메신저에서 2년여만에 남북관계 단절의 선봉장으로 변모했다고 보도했다.
WP는 김 제1부부부장의 부상은 김 위원장이 아프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그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는 추측에 새로운 불을 지피는 깜짝 놀랄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려 한다는 추측도 낳는다고 했다.
전(前) 미국 정부 북한 분석가였던 레이철 민영 리는 WP에 “북한 관영 매체가 김 제1부부장의 발언을 기사와 집회, 인민 반응의 기준점으로 내세우면서 ‘이례적으로 명확한 입장(unusually high profile)’을 취했다”면서 “이는 다른 비(非)백두혈통 지도자에 비해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11일 이후 관영 매체에 3차례만 등장한 것 등을 언급한 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뭔가 문제가 있다”며 “그럴수록 대행이 중요하다. 누가 대행이 될 수 있겠나. 권력을 독점하지 않을 누군가 뿐이다”고 했다.
란코프 교수는 “미래 권력 승계자가 어리다면, 믿을만하고 배신하지 않을 형제자매를 선택하는 것이 김 위원장 일가에서는 이미 확립된 전통”이라고 했다.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북아시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도 김 제1부부장의 부상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김 위원장도 지난 2008년 부친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뒤 권력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클링너는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복귀했을 때 허약하기 보다는 생기 있어 보였다. 물론 건강한 모습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는 병적으로 뚱뚱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의 강경 발언을 북한 정권내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국민의 정부’ 당시 대북특사로 활동한 박지원 전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의 남한에 대한 강경 발언은 북한 내부를 겨냥한 것으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WP는 박 전 의원의 낙관론은 폭 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위협을 느끼고 긴장을 늦추려 하자 김 제1부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한국에 방문, 친근하고 덜 위협적인 이미지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은 현재 위협 수위를 높여 남한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은 전 세계에 (과거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