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 남구 고려병원에서 한 노인이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당장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선 14건의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이 중 12건이 치료제 임상시험이고, 2건은 백신 임상시험이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치료제는 렘데시비르, 칼레트라, 시클레소니드, 나파모스타트와 국내 개발 신약인 레보비르, 피라맥스 등이다. 국내 개발 항암제인 슈펙트는 국내 임상시험 신청 없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마치 올해 안으로 치료제들이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이 치료제들은 코로나19 치료에 특화된 게 아닌, 다른 질환에 이미 사용되던 약물이다.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코로나19 임상 2상으로는 빠르게 진입했다. 하지만 실제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 즉, 현 시점에서 이런 약물들이 세포단계나 동물시험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실제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그나마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치료제 후보물질은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다. 세포실험 단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나타냈다. 또 현재까지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렘데시비르 투여군의 사망률이 7.1%로 위약 투여군(11.9%)보다 낮았다.
항말라리아 약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장해 화제가 된 약이다. 하지만 최근 이 약물들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해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험을 중단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최종 치료제로 개발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백신의 경우 미국에선 올 7월 모더나에 이어 8월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9월 존슨앤드존슨이 시험용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식약처에서도 해외 업체 1건과 국내 바이오업체 1건의 백신 임상시험을 각각 승인했다. 하지만 이 백신들이 나오더라도 실제 인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백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위해선 WHO 기준으로 임상 백신의 효능이 최소 50%를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가령 코로나19 감염률이 5%라고 가정할 때 백신 투여 시 감염률을 2.5% 이하로 낮춰주면 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능을 고려할 때 백신 투여가 코로나19를 완전히 예방한다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낮은 효능으로 안전성이 우려될 경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 3상 시험 통과도 쉽지 않아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