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액 바꿔치기와 서류조작으로 심판대에 오른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결국 허가취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 3개 품목(150·100·50단위)을 오는 25일자로 최종 허가취소 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4월17일 메디톡신의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하고 허가취소 절차에 착수한 지 두 달만의 결론이다.
앞서 식약처는 메디톡신의 제조?판매?사용을 잠정 중지했다. 메디톡스가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한 혐의 때문이다.
식약처는 5월22일, 6월4일 두 번의 메디톡스 의견수렴 청문회 후 이번 결정을 내렸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은 GMP 품질경영 원칙을 벗어난 비윤리적인 행태”라며 “제조·품질관리 자료 중 시험 과정에 대해 기록하지 않거나 시험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시험(예, 동물시험)에서 이루어진 허위 기록 및 데이터 조작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국내외 임상 논문 등을 볼 때 일정 기간 효과를 나타낸 후 체내에서 분해되므로 원액 바꿔치기 등에 따른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초 국산 톡신의 씁쓸한 최후
메디톡신의 허가취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제품이 불법 관리와 정보 조작으로 결국 퇴출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메디톡신은 지난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각광받았던 약이다. 특히 톡신 제제는 정부가 품목허가를 내준 후에도 유통 전 제품의 품질을 한 번 더 검증(국가출하승인 제도)하는 생물제제라는 점에서 메디톡스에 비난이 쏠린다.
◇허위자료 의약품 무관용 퇴출, 조사·단속 체계 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는 허위·조작 관련 조사·단속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서류 조작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다.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약사법 제38조와 관련해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한다. 시험결과 뿐 아니라 시험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관리하고, 특히 허위·조작 가능성이 높은 시험항목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또 의약품 제조·수입업체가 ‘관리지침’에 따라 신뢰성 보증을 위한 자사의 관리기준을 마련토록 행정명령 한다. 국가출하승인 제도도 개선한다. 위해도가 가장 낮은 1단계 의약품이라도 무작위로 제조번호를 선정해 국가검정시험을 실시할 방침이다.
◇메디톡스, 허가취소 처분에 행정소송 예고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처분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허가취소 조치는 가혹하다”며 “허가취소 집행정지 본안소송 및 가처분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앞선 판매중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대전고등법원은 식약처의 메디톡신 잠정 제조·판매·사용 중지 명령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식약처의 메디톡신 허가취소 명령이 최종 결정되지 않은 만큼 행정 명령을 유예한다는 이유다. 이번 허가취소가 법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