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지원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7일(현지 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출간 예정인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입수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미중정상회담 자리에서 위구르족 수용과 홍콩 시위 등 중국 관련 인권 문제가 언급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이 위구르족 수용소 건설 이유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문제를 상당한 사안으로 인식하면서도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저서에 담겼다. 아울러 시 주석을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2018년 5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함께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모습. 사진=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중정상회담에선 1회로 제한된 헌법상 대통령 중임 제한 폐지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협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민감한 내용이 담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오는 23일 발간될 예정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밀을 이유로 해당 저서에 대한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일 중국 때리기에 몰두해왔다.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한편,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이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연관 지어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선까지 거론하며 ‘친중 행보’를 펼친 셈이 된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