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와 도쿄올림픽 연기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또 대형 악재가 닥쳤다. 검찰이 18일 총리 최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57) 전 법무상 겸 중의원 의원, 그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47) 참의원 의원 부부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법무행정의 수장인 법무상 출신이 체포된 것은 사상 최초다.
NHK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가와이 전 법무상이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부인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두 사람 모두를 체포했다. 가와이 전 법무상은 히로시마현 의회 의원 등 약 95명에게 2400만 엔(약 2억7000만 원), 안리 의원은 약 5명의 지방의원에 150만 엔을 건넨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7선(選) 의원인 가와이 전 법무상은 총리의 외교특보를 지냈다. 지난해 9월 법무상에 임명됐지만 한 달 뒤 부인의 돈 선거 의혹에 곧바로 사임했다. 두 사람은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17일 집권 자민당을 탈당했다.
야권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총리를 바라보는 눈이 싸늘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부 자민당 의원은 ‘정권 말기 증세’ ‘이 정권은 의혹투성이’ 등 야당 인사와 별 차이가 없는 강도 높은 비난을 내놨다. 또 다른 당내 인사는 마이니치신문에 “이 정권은 유산이 없다. 경기침체 탈피도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무리”라고 꼬집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는 “현직 의원 부부가 함께 체포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두 사람은 당연히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총리의 설명도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아베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가와이 전 법무상의 임명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여러분에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다만 돈 문제 의혹은 “문제있는 곳에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