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내놓은 6·17 부동산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이 염려한 부작용들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 투자’를 모두 투기 수요로 본 정부의 판단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서민들이 당장 피해를 보게 됐다.
전세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늘려가다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첫 집을 사는 건 한국인의 보편적인 내 집 마련 방식이다. 사려는 집값과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 차이가 클 때 전세 낀 집을 사두고 시간 들여 저축하며 격차를 줄여 결국 전세금을 빼주면서 내 집에 입주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서울 주택 매매의 절반 정도가 전세 낀 거래라는 점을 들어 갭 투자를 아파트 값을 흔드는 주범으로 봤다. 이에 따라 규제지역 내 3억 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기존 전세대출을 모두 갚도록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6개월 안에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을 토해내는 방안을 내놨다. 서울 아파트의 97%는 3억 원이 넘는다. 차근차근 준비해 작은 집이라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이 졸지에 투기세력으로 몰려 불이익을 받게 됐다. 전세 계약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는 집을 사두고 여유를 갖고 자금을 마련하려던 사람들도 마음이 급해졌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평생 전세만 살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기도 대부분과 충청권까지 규제지역이 확대되자 눈치 빠른 투기세력은 경기 김포 파주시와 충청권의 천안 아산 등 규제지역에서 빠진 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다. 다음 달 중순 시행에 앞서 관련 부처들은 주택 실수요자와 무주택 세입자들의 불편과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밀한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