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문화부 차장
‘연희동 요리교실’로 유명한 일본인 나카가와 히데코 씨(53)가 들려준 50대 남성 수강생의 이야기다. 나카가와 씨는 요리를 배울 때 그의 모습에 대해 “재미있는 걸 발견하고 곧장 빠져든 아이 같았다”고 말했다.
나카가와 씨는 이처럼 호기심에 가득 찬 이들을 종종 만난다. 시부모를 모시고 자녀 둘을 키운 한 50대 전업주부는 유일한 취미가 요리교실에 다니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요리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사진 찍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요리교실에 올 때마다 카메라를 메고 와 꾸준히 사진을 찍던 그는 결국 사진가가 됐고 스튜디오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몰입한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에게서는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시 같은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루시드폴(45)은 매일 나무의 소리를 채집한다. 제주에서 귤, 레몬 농사를 짓는 그는 나무에 센서를 연결해 소리를 모은 뒤 이를 음악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나무에 수액이 흐를 때 나는 소리가 있어요. 연주를 들려준 뒤 나무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도 확인해 보려 해요.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요. 옆의 나무가 쓰러지거나 베어져서 광합성 작용을 못 하면 다른 나무가 양분을 나눠 주죠. 나무가 내는 소리가 궁금해요.”
한데 듣고 있자니 그 방법이 꽤 어려울 것 같았다. 생명공학 박사인 그이기에 가능한 작업이 아니냐고 묻자 웃음을 터뜨렸다.
“절대 복잡하지 않아요. 문과생도 할 수 있답니다.”
나카가와 씨는 “요리를 통해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 진짜 많다”고 했다. 요리를 함께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을 비롯해 새 요리를 개발하고 예술가들과 협업해 신선한 방식의 행사를 여는 등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음식으로 교류하고 국경을 넘어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얼굴에는 가벼운 홍조가 돌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기만의 길을 가며 차근차근 성취해 나가는 사람이 뿜어내는 건강한 기운이 흘렀다. 호기심으로 가슴 설레며 눈을 반짝이는 이들. 나이를 떠나 그 자체로 푸르른 청춘이 아닐까. 가슴을 뛰게 하고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되는 게 뭔지 곰곰이 짚어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