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인 강원 춘천 중도 레고랜드 전경. 사진 출처 레고랜드주민설명회 자료
조종엽 문화부 기자
문화재위 매장분과위는 두 차례 신청 모두 가부 결정을 보류했다. 매장분과위원장인 이청규 영남대 교수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뚝을 얼마나 깊고 넓게 박는 것인지, 기존 유구층과의 관계는 어떤지(훼손의 소지는 없는지) 관련 자료 보완을 요구했지만 사업자 측은 두 번째 신청할 때도 이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류 사유를 밝혔다.
건물 규모나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길이가 보통 10m 이상인 기초용 말뚝은 수십 m 깊이로 박는다. 이렇게 시공된 수십 개 말뚝이 유구층(유구가 있는 지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사업자는 두 건물이 들어설 터 아래에는 유구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입증되지 않았다. 말뚝 하단이 닿을 것으로 예상되는 깊이까지 발굴 조사한 적도 없다. 이 위원장은 “중도는 거의 청동기시대 지층까지 발굴했지만 그 아래층에 신석기시대 유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말뚝이 깊이 내려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구가 있는지 없는지 파보려면 현재 보존 중인 청동기 유구층을 훼손할 수밖에 없어 문화재 보존 문제가 따른다.
문화재위는 국민을 대신해 문화재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사업자 측은 지난달 공법 변경을 처음 신청할 때 기초적인 건물 배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재위, 아니 국민을 대하는 자세를 짐작할 만하다. 방대한 문화재 유존(遺存) 지역에 대규모 건설공사가 허가되는 ‘기적’을 봤으니 ‘말뚝 정도야…’ 한 것은 아니었을까.
조종엽 문화부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