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 “대북억제력 통한 경고 메시지 필요”… 브룩스 등 美전직 관료들 한목소리 美, B-52 폭격기 동해 비행 이어 18일은 리벳조인트 수도권서 정찰 대북협상 이유로 축소-연기해온 “한미 연합훈련 원상복구” 주장도
B-52 동해 출격… 대북 경고 나선 美 미 공군 핵심 전략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위)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들이 17일 동해 일대 상공에서 연합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18일 공개했다. 미군이 B-52H 2대 투입 사진을 공개한 것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홈페이지
일단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에 이어 군을 앞세운 고강도 도발 위협 등 대남 파상 공세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핵무장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핵무력’을 틀어쥔 오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뒷배로 삼아 2인자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확전을 불사한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작정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
이 때문에 한미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타깃으로 상정하고 각종 강공 시나리오를 다시 꺼내 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필요하면 미 전략자산을 2017년 수준으로 한반도에 재전개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몰아내고 한반도를 통일하려는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 기류는 미 의회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테드 요호 의원(공화당)은 미 전직의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정말로 강경한 대북제재 이행과 함께 군사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휘부의 동시다발적 타격이 가능한 B-1B 전략폭격기와 미국의 대표적 핵우산인 B-52, B-2 전략폭격기 등 ‘3대 폭격기 전력’을 한반도에 순환 전개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전날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와 함께 동해 일대에서 연합작전을 전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이날 미 공군 정찰기 리벳조인트는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며 대북정찰 활동을 벌이는 등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정점으로 치달은 2017년 10월에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보내 당시 평양 시내까지 바짝 긴장시킨 바 있다.
주일미군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방안도 실행 가능한 옵션이다.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현존 최강의 전투기인 F-22 스텔스전투기를 오산기지에 잠정 배치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순도 검토할 수 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할 경우 발사 후 평양에 30분이면 도달하는 미니트맨3 ICBM 시험 발사로 맞대응하는 시나리오도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초강경 공세를 꺾으려면 당장 올 하반기(8월) 연합훈련부터 예전처럼 환원시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미 증원전력 전개와 함께 연합 작전계획(OPLAN)을 원칙대로 적용해 대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군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위원은 “‘김여정발(發) 위협’의 본질은 한미를 겨냥한 핵위협”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미 전략자산 등 강력한 확장 억제와 연합훈련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