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前안보보좌관 ‘회고록’ 공개
2019년 백악관 근무 당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가운데)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한 모습. 볼턴 전 보좌관은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백악관과 의견 충돌을 빚고 2019년 9월 사임했다. 사진 출처 보스턴글로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7일(현지 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내용을 상당 부분 발췌해 공개했다. 메모광으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은 500쪽이 넘는 분량의 회고록에서 17개월간 백악관에서 겪은 일화를 상세히 적었다. WP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동석한 수행단의 대화와 현장 상황도 모두 담겼다고 전했다.
○ 북-미 정상회담을 홍보행사로 여긴 트럼프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엘턴 존의 사인이 담긴 ‘로켓맨’ CD를 전해 주는 일이 “몇 달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볼턴은 “북한에 다녀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CD를 건넸냐’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뒤에서는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중 볼턴에게 “그(트럼프)는 거짓말쟁이다”라는 쪽지를 건넸고 약 한 달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성공 확률 0%”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눴던 통화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그는 “당시 중미 순방 중이던 폼페이오 장관이 (이 소식을 듣고는)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고 (전화로) 말했고, 나도 ‘거의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며 “통화에 대한 실망감을 나눴다”고 밝혔다.
○ 시진핑에게는 재선 위해 농산물 구입 부탁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간청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이 “현행 관세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추가 관세는 없다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에 경고한 25%가 아닌 10%를 유지하겠다”며 그 조건으로 대두와 밀 등 자신의 재선을 위해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요구했다고 한다.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위 사태를 중국과의 협상의 레버리지로 사용하길 바랐으나 대통령은 “별일 아니다. 관여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인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볼턴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담 중 메이 총리가 영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언급하자 “영국이 핵보유국인가”라고 물었으며, 존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는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라고 묻는 등 외교안보 전반에 대해 무지를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존 볼턴의 지극히 지루한 책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 내가 했다고 한 말은 대부분 한 적이 없고 소설이다. 내가 자신을 해고했다고 이러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