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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떨어질때 사자” 개인투자자들 ‘해외주식 직구’ 붐

입력 | 2020-06-20 03:00:00

韓서 美로 투자영역 확장
‘동학개미운동’으로 존재감
“샤넬가방 팔아 테슬라株살까” “코로나로 저가매수 기회”
美증시 회복하자 추가 투자… IT株서 항공-ETF까지 다양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영토를 미국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 규모가 늘었고, 최근 들어 미국 증시가 회복하면서 추가 자금 유입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기 종목인 정보기술(IT) 주식은 물론이고 항공주,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영역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 미국 주식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개미들
“샤넬 가방 팔아서 테슬라 주식 사려는데 괜찮을까요?”

최근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미국 주식과 관련된 글이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해외 주식 투자 관련 세금, 환전 요령과 증권사별 거래 수수료 같은 기본적인 정보부터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 다양하다. 투자자들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좋다. 실시간으로 거래하느라 밤낮이 바뀌었지만 수익률은 만족한다” “미국 주식은 계속 오를 것이니 장기 투자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외 주식 직구족(族)이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거래 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매수 매도한 결제 금액은 628억3000만 달러(약 76조 원)다. 외화 주식 결제 금액은 2017년 227억 달러에서 2018년 326억 달러, 2019년 410억 달러를 기록하며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는데, 올해는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은 것. 이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7.6%로, 2018년 69.0%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해외 주식 직구 증가분의 대부분이 뉴욕 증시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 1순위는 ‘저세상 주식’ ‘천슬라’(1000달러와 테슬라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테슬라다. 16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1억8742만 달러(약 2268억 원) 순매수했다. 2위인 뱅가드 단기 회사채 ETF 순매수 금액 7794만 달러(약 943억 원)보다 배 이상 많다. 10년 후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29%)이 내연기관(22%)을 앞지를 것이란 컨설팅업체 KPMG의 보고서가 나오는 등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국내 투자자들도 앞다퉈 테슬라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 주가 폭락한 주식 ‘줍줍’… ETF, 펀드 등도 인기
최근 들어서는 보잉,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 항공산업 관련 주식을 주로 담았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낯선 미국 크루즈선 운영사 카니발이 순매수 규모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종목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경제가 정상화되면 주가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에 저가 매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말부터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회사채나 국채, 나스닥지수에 투자하는 ETF도 적극적으로 담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개별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과 제로(0) 금리 정책과 같은 미국 관련 이슈에 적극 대응하며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업종에 편중됐던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투자 범위를 넓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식 거래가 늘어나자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직구족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래 수수료 인하, 환전 우대 등의 혜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주식은 수수료가 0%에 가깝지만 해외 주식은 아직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간접투자를 통해 미국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7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6668억 원이 유입됐다. 중국 펀드에서 7150억 원이 빠져나간 것을 비롯해 베트남(―620억 원), 일본(―253억 원) 등 다른 국가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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