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날씨의 아이’에서는 간절히 기도하면 날씨가 맑아지는 능력을 가진 ‘맑음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남자 주인공인 가출 소년 호다카는 맑음 소녀의 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한다. ‘맑은 날씨를 전해드립니다’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고객들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신청서에는 맑은 날씨를 바라는 희망 날짜, 맑기를 바라는 장소, 맑은 날씨를 바라는 이유 등을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는 맑은 날씨가 사람들의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절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호다카는 돈벌이를 위해 날씨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맑음 소녀인 ‘히나’는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서 맑은 날씨를 만들었어요”라고 말한다. 맑음 소녀의 착한 마음이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이지만 기상신사의 무녀가 말하듯이 자연을 좌우하는 행위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날씨가 항상 좋으면 땅은 사막이 된다는 스페인 속담처럼 때로는 악천후도 유익할 때가 있다. 개별 장소에서 각기 달리 나타나는 날씨도 전지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균형을 이루는 현상이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의 말대로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입장에서 날씨를 바꾸려고 한다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고 결국 모두가 불행하게 될 수 있다.
도쿄 대부분이 물에 잠긴 것을 두고 ‘후미’라는 노파가 호다카에게 말한다. “도쿄 이 부근은 원래 바다였단다. 불과 얼마 전인 에도 시대까지 말이야. 그러니까 결국은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이야.” 기후변화조차도 유구한 시간의 흐름에서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작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이 무사하겠는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호다카는 맑음 소녀에게 외친다. “히나 씨, 우리는 아무리 비에 젖더라도, 우리는 살아간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는 괜찮을 거야.”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