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잠실야구장서 직접 해보니 30도 더위에 방역복-라텍스 장갑… 고글엔 땀 차고 시야는 희뿌옇게 소독 뒤엔 각각의 행주 사용해 더그아웃-식당 곳곳 닦고 또 닦아 일 마치니 팔-다리-허리 욱신욱신
5월 개막한 프로야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과 취재진, 구단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매일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본보 기자가 11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방역 작업 현장을 경험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방역복 입고 가스 소독에 땀이 줄줄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인기 구단인 LG와 두산이 함께 사용하는 구장이지만 주위는 한산했다. 야구장 입구 편의점과 분식집 한 곳만 문을 열었을 뿐 대부분의 상점은 휴업 중이었다. 장비를 착용하고 10kg이 넘는 연막소독기를 든 채 1루 쪽 더그아웃 앞에 섰다. 부릉부릉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소독기는 하얀 가스를 뿜어댔다. 더그아웃 탁자 밑과 쓰레기통 주변까지 구석구석을 훑었다. 10분쯤 지나자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방역복을 입은 탓이다. 고글에도 땀이 차서 눈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20여 분에 걸쳐 더그아웃과 주변 구역 소독 작업을 끝내자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가스 방역을 마친 뒤 방역복을 벗고 소독액을 묻힌 행주로 더그아웃에 비치된 탁자와 손잡이, 의자, 휴지통을 닦고 또 닦았다. 곁에 있던 현 소장은 “야구장은 다중이용시설이어서 관객이 없어도 매일 소독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관리본부가 매일 생활방역 매뉴얼에 따른 방역 작업을 하고, 월 2회 전문 방역업체가 야구장 내부와 구단 버스까지 소독을 한다는 것이다.
야구장 내 구내식당은 LG, 두산 선수 및 구단 관계자와 언론사 취재진이 이용하는 곳이다. 현재 이곳에 설치된 식탁 가운데에는 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코로나19에 대비해 이물질이 튀지 않도록 한 조치다. 기자가 더그아웃에서 사용하던 행주를 들고 식탁에 다가서자 관리본부의 한 직원이 “같은 행주로 탁자와 의자를 닦으면 안 된다”며 막아섰다. 다시 살펴보니 식탁과 의자, 세면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행주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 의자 30여 개를 소독액을 묻혀 닦다 보니 팔이 저려 왔고, 허리는 시큰대기 시작했다.
○ 관중 입장 염두에 둔 방역 작업도 진행 중
지상 2층에 자리 잡은 기자실로 향했다. 이곳을 출입하는 기자는 20∼30명 정도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공간이라 탁자나 출입문 손잡이 소독에 특히 공을 들여야 했다. 김종욱 잠실야구장관리본부 관리팀장은 “기자실도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옆자리를 비우고 앉도록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남은 공간은 선수단 라커룸과 실내연습장. 하지만 이곳까지는 기자가 들어갈 수 없었다. 현재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외부인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이날은 관중석은 건너뛰었지만 잠실야구장관리본부는 관중 입장을 대비해 주기적으로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야구는 야외 공간에서 치러지는 경기여서 생활방역만 잘 지켜진다면 예전처럼 안심하고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경기장 정원의 25%(약 6000석)만 입장시키고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하며 경기 관람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허락만 떨어지면 티켓 판매에 돌입할 준비도 마친 상태다. KBO 관계자는 “야구장은 야외인 데다 그라운드 한쪽으로만 좌석이 배치돼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만 지키면 별문제가 없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라는 정부 조치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