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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시대, 지금 현실같은 영화…‘#살아있다’

입력 | 2020-06-20 06:26:00


“아침에 눈을 떴다. 가족은 다 외출하고 집에 나 혼자 있었다. 평소처럼 컴퓨터 게임을 한다. 갑자기 밖이 시끄러운 것 같아 밖을 내다본다.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산 사람을 공격한다. 난 이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영화 ‘#살아있다’는 사람들이 원인불명 증세로 좀비로 변한 뒤 산 사람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등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준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SNS 등 휴대폰에 능하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밖에 좀비들이 들끓는다. 무서워서 밖에 나가진 못하고 ‘냉장고 파먹기’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먹을 것도 떨어지고 물, 전기도 끊긴다.

가장 힘든 것은 ‘혼자’라는 것이다. 가족이 돌아오는 환상을 보고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주변에 멀쩡한 사람은 나만 있는 것 같고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자살을 시도한다. 바로 그 때,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의 존재를 확인한다.

박신혜가 분한 ‘유빈’은 생존력이 강하다. 음식과 물을 소분해두고 의자, 등산용품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어 생활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좀비에 대비하고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결단력도 있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괜찮을 거라고 버티다 절망하고, 다시 희망을 찾고, 그 희망을 위해 무모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준우의 감정선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유빈 역시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현실적인 캐릭터다. 센 척 하지만 사실은 아픔이 있다. 자신만 아는 개인적인 면이 강했지만 준우를 만나고, 도움을 받고, 함께 희망을 찾아가며 변화무쌍한 면을 보인다. 그 와중에도 박신혜의 ‘예쁨’은 빛나지만 영화 몰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좀비를 돌파하는 두 사람의 액션신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신선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액션영화 주인공처럼 좀비들을 ‘멋있게’ 무찌를 수 있는 사람이 사실 몇이나 될까. 좀비들을 해치우며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분명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좀비물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영화는 두 사람의 감정 변화에 대해 섬세하고 충실하게 다뤄주지만 그 원인인 좀비에 대해서는 불친절하다. 밖에서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것이 좀비가 아닌 외계인이나 재난이었어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는 분위기다.

차라리 외부 위협요인이 좀비가 아닌 코로나19라고 생각하면 공감이 ‘확’ 간다.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점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지금 우리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 배경인 아파트 역시 사람들의 밀집도가 높아 피해가 컸다.

조일형 감독은 ‘#살아있다’에 대해 “갇힌 공간에서의 사람들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고립 속 희망을 위해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같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위안이 될 것 같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