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4.3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아빠,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내 생일날 받은 아빠 유품, 손때 묻은 공구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 아빠에게 무심했던 내가 미치도록 후회가 돼. 비록 부칠수 없는 편지지만 그곳에서는 하고 싶었던 공부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편히 쉬기 바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38명이 영면에 들었다. 참사 발생 52일 만이다. 아빠이자, 형제, 자녀인 가족을 떠나보내는 유가족들은 슬픔을 숨기지 못했다.
20일 오전 10시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사고 희생자 합동 영결식이 거행됐다.
사회자의 개식선언으로 시작된 합동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사고 경과보고, 조사·추모사 낭독, 헌화, 분향, 추모편지 낭독, 영정 및 위패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나선 엄태준 이천시장은 “38명 희생자의 소중한 생명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정부와 국회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온국민이 함께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모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고 애도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노동절을 목전에 둔 날 38명의 노동자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우리는 참사의 원인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열악한 노동현장을 방치해 온 우리의 잘못”이라며 “사람 목숨보다 이익을 더 중시하는 풍토를 고쳐야 한다. 그것이 남은 이들의 사명이다. 불법으로는 어떠한 이익도 얻을 수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장에는 희생자 38명의 유가족과 함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송석준·오영환·이수진·임종성·강은미·이은주·류호정 국회의원 등이 자리했다.
노동자 단체 일반 조문 시민 등은 영결식장 2층에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합동영결식은 이천시범시민추모위원회가 주관했다. 이천시범시민추모위원회는 화재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8일 이천시민과 사회단체가 뜻을 모아 만든 협의체다.
앞서 지난 4월29일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지상 4층·지하 2층 규모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화재사고를 수사한 경찰은 저온창고 지하 2층에서 있었던 산소용접 작업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음을 밝혀냈다. 아울러 참사를 부르 물류창고 시행·시공·감리·협력업체 등 관계자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