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 비행기 구조조정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대형 항공기들의 운용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을 퇴역시키기로 했고(위 사진), 루프트한자는 B747 5대의 운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프랑크푸르=AP 뉴시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형 여객기 퇴출에 나서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심한 데다 항공 수요가 조기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형기는 승객 300∼500여 명을 한꺼번에 태울 수 있어 수익성이 좋지만, 반대로 승객이 없으면 유류비나 각종 운영비 등에서 큰 손해를 본다. 향후 2, 3년간은 항공 수요가 더디게 회복될 전망이어서 대형기가 아닌 300∼400명 규모의 중·대형기 위주로 운영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까지 대형 항공기의 퇴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A380과 B777, B747을 포함한 대형기(여객기 기준)를 각각 65대, 16대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령이 20년을 넘은 B747-400 등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는 대형기를 대거 처분할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대형기 퇴역을 당장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라도 업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절반, 항공기 퇴역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절반”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형기 퇴역을 결정한 에미레이트와 델타항공은 조만간 수천 명 이상의 인력을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가을부터 국내 항공사들도 항공기 퇴역이나 직원들 무급휴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대부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지원은 최대 6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어 올 9월 이후에는 지원이 중단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연장되지 않으면 9월 이후엔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 유지 지원 연장을 안 해주면 임차 항공기 조기 반납이나 항공기 대수 및 종류 축소 등 보유 기종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렇게 되면 무급휴직, 구조조정 등 인력 감축 계획으로 이어지는 게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 및 조업사 노동조합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에 항공분과를 만들어 모든 항공사에 대한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변종국 bjk@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