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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심한 여자가 아니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06-22 03:00:00


평소 무표정하거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많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가 모처럼 활짝 웃어 화제가 됐다. NBC방송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워싱턴포스트 기자 매리 조던이 미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 관해 쓴 ‘그녀의 협상 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미국에서 화제입니다.

솔직히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보여주는 책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긴 기사를 읽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는데요. 사실 ‘차가운 미소 뒤에 숨은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일등공신’ 등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 정도야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뒷얘기와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This is not some wallflower.”

‘Wallflower’는 ‘꽃무’라는 이름의 풀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역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파티에서 춤을 청하는 이가 없어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특히 여성)을 ‘월플라워’라고 부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공식석상에 나서기를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기 없는 ‘월플라워’라고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평가입니다.

△“When she goes and does something, it is well executed, it is well thought-out.”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인 숀 스파이서도 책 속에서 비슷한 말을 합니다. 순서가 약간 바뀌었는데요. 흔히 ‘well thought-out, well-executed’라고 씁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하다’는 뜻입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죠.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고, 계획도 잘 세우고 행동도 야무지게 한다는 겁니다.

△One of the most lethal places to find oneself is in Melania’s crosshairs.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총기에 부착된 조준경에 나타나는 가느다란 십자선을 ‘cross hairs’라고 합니다. ‘In one’s crosshairs’는 ‘누구의 표적이 되다’라는 뜻이지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장소는 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그녀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