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2개를 띠지로 묶어 재포장한 상품. 동아일보DB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7월 시행 예정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 규칙)을 적용하면 우유를 할인 판매할 때 하나의 비닐포장에 담아서 제공하는 건 금지다. 하지만 띠지를 이용해 묶어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묶음이 아니어도 우유 2개를 집어서 계산할 수 있다.
개정 자원재활용법의 하위법령인 이른바 재포장 금지 규칙을 둘러싸고 할인까지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의 핵심 내용은 제조·수입업자나 대형마트가 이미 출시된 제품을 다시 포장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생산단계부터 6개가 묶인 맥주 캔이나 16개들이로 판매되는 도시락김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올 1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판촉을 위한 1+1, 묶음 등의 불필요한 재포장 사례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경제활동 관점에서 볼 때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포장재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를 외면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중 포장재는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하루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2년 39만4000t에서 2018년 43만 t으로 증가세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등에선 비닐봉투가 사라졌고, 포장·배달업계는 배달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20% 줄이는 데 동참했다.
문제는 제품의 종류에 따라 판촉 형식은 다양하고 복잡한 반면 새로운 규칙은 꼼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크고 화려한 포장보다 환경에 덜 해로운 제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설득하면 ‘착한 규제’는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