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美, 핵공중지휘기 훈련 전격 공개
北, 비무장지대 초소에 군 투입 21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군 초소에서 북한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전인 17일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킨 데 이어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 일대에 비어 있던 초소 여러 곳에 경계병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을 투입하고 있다. 파주=뉴스1
미국 전략사령부가 20일(현지 시간) 유사시 핵전쟁을 진두지휘하는 공중지휘통제기 E-4B(나이트워치)의 훈련 장면을 전격 공개하자 외교가에선 이런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한 대남 공세는 물론이고 미국을 겨냥한 핵 공격 가능성까지 꺼내들자 미국이 평양에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 핵으로 공격하면 ‘최후의 심판’ 핵 보복 경고
핵전쟁 시 공중에서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군의 핵무기에 직접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휘통제 기능을 갖춘 E-4B는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핵전쟁이라는 상황에 맞춘 미국의 핵 자산. 공식 명칭 자체가 국가공중작전센터(NAOC·National Airborne Operations Center)일 정도로 ‘하늘의 펜타곤(국방부)’이라고도 불린다. 군 당국자는 “북한을 압도하는 핵전력을 보유한 미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즉시 성경 속에 등장하는 최후의 심판과도 같은 가공할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역대 미 국방장관들은 과거 E-4B를 타고 한국을 찾아 확고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위협에 엄중 경고해 왔다. 북한의 핵 위협이 정점으로 치닫던 2017년 2월 E-4B를 타고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에 어떤 핵무기로 공격해도 반드시 격퇴시킬 것”이라고 밝힌 게 대표적 사례다.
2010년 당시 로버트 게이츠 장관도 북핵 위협 등을 논의할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E-4B를 타고 방한하기도 했다.
○ 미 전략자산 더 과감하게 전개할 듯
북한이 대남도발 위협에 이어 미국을 겨냥한 핵 공세에 나서면서 미국의 대응 수위도 점차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략폭격기를 보다 과감하게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 수위를 봐가면서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다른 전략자산도 한반도로 보다 가까이 포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나 B-52 폭격기와 함께 ‘3대 폭격기 전력’으로 꼽히는 B-2 스텔스 폭격기도 조만간 한반도 주변으로 날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미국이 올 초부터 괌 기지의 B-1B 폭격기를 시작으로 최근엔 대표적 핵우산 전력인 B-52 폭격기를 한반도 주변에 잇달아 전개하는 등 전략자산의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온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도발 억제 차원에서라도 추가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담당 차관보 대행이 18일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