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컨설팅을 하다보니 이 중소기업 대표처럼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경영자들을 많이 만난다. 왜 그럴까?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걸까? 아니다.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이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아서 직원들의 뇌에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는 인간 뇌의 특성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마치 회사의 예산처럼 쓸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이 제한돼 있다. 특히 뇌에서 의지력과 같이 의식적 활동을 담당하는 부분은 배외측전전두엽인데, 이 부분을 활성화시키는 데 뇌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직원들 개개인이 의지를 발휘해 행동을 바꾸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뇌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 뇌에서 기술과 습관을 기억하는 부분은 선조체인데, 이 선조체에서 어떤 행동을 실행할 때는 배외측전전두엽과 달리 의식적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 직원들의 행동을 특정 방식으로 변화시키려면 그런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즉, 기업이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교육하고 구성원들의 의지에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구성원이 평소에 에너지를 조직 문화 개선에도 자연스럽게 배분할 수 있도록, 즉 바람직한 행동을 습관처럼 반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컨대 아이가 책을 많이 읽게 하려면 다음 중에서 어디 근처에 사는 게 더 유리할까? 공동묘지? 시장? 서당? 공동묘지나 시장보다는 서당이 나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야기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하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물론 아이는 곡소리가 들리는 공동묘지 근처에서도, 시끄러운 시장 안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데서 공부하려면 아이의 뇌는 의식적으로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진정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그런 필요성을 강조만 하지 말고 실제로 직원들이 평소에 소통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미국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신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축해 사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사내 누구나 멘토 혹은 멘티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서로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나눌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소통이 습관처럼 반복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직원 간의 유대감도 커질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첫 호(298호)에 게재된 ‘조직문화 혁신? 성급함 먼저 버려라’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