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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어머니 “김정은, 지옥서 보자”

입력 | 2020-06-22 03:00:00

아들 3주기 간담회서 ‘분노’
“北 불법자금 추적… 돈줄 더 좨야, 자산정보 알려주면 내가 하겠다
김정은 좋다는 트럼프 이해 못해, 연락 없는 오바마-바이든엔 서운”




오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씨(왼쪽)와 부친 프레드 씨가 19일 웜비어 사망 3주기를 맞아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의 돈줄을 더욱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나 2017년 6월 19일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당시 23세)의 모친 신디 씨가 북한의 돈줄을 더 조여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를 향해 “지옥에서 보자(see you in hell)”고 일갈했다.

신디 씨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비정부기구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웜비어 사망 3주기를 맞아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전 세계가 북한의 불법적인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기 전에는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 활동을 최대한 많이 폭로하자. 작은 일 하나하나가 모이면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자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내가 추적하겠다”고도 했다. 그와 남편 프레드 씨는 2018년 말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 법원에 제기해 5억114만 달러(약 6013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와 별도로 여러 미 은행에 동결된 북한 관련 자금 2379만 달러(약 285억 원)를 찾아냈다. 신디 씨는 “미 재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자금 조사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머물던 평양 호텔의 정치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후 억류됐다. 2017년 6월 13일 석방돼 고향인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돌아왔지만 엿새 만에 숨졌다.

신디 씨는 ‘지난해 9월 백악관 초청 만찬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별도 접촉이 있었느냐’는 동아일보 질의에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을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얼마나 그를 경멸하는지 알 텐데 이해불가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대통령이 아들을 데려온 점을 높이 사며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했고 상처도 많이 줬다”고 평했다.

신디 씨는 23일 출간될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낚였다’고 폄훼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고 “볼턴은 정직하고 솔직했다. 북한이 절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며 우회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아들이 억류되던 2016년 백악관 주인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부통령이었고 현재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에겐 “둘 다 연락 한번 한 적 없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미 상원은 18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웜비어 사망 3주기 추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역시 19일 각각 트위터를 통해 웜비어 사망 3주년을 애도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