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유지 이어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끄는 김정환 신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라이브방송 ‘오보스’ 촬영을 준비 중인 김정환 신부.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그동안 일상적이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끼며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 추기경과 묘한 인연이다. 다른 사연은 없나.
“추기경께 부제(副祭) 품을 받았다. 신학생 시절 추기경께서 한 특강 내용이 기억난다. 말씀 중 ‘통일이 어떻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시대의 양심이 되고자 하는 사제로 통일을 위해 뭘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모두 머뭇거리고 있는데 추기경께서 ‘서로 사랑해라, 옆에 있는 사람도 사랑 못 하고 지역으로 나뉘는데 무슨 남북통일이냐. 가까운 이부터 사랑하고 나누는 게 통일의 시작’이라고 하시더라.”
―5월 명동에서 진행한 헌혈 캠페인이 9월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해외 지역을 돕기 위한 모금 성과는 어떤가.
“모금 목표가 5000만 원이었는데 약 3억 원이 모였다. 우리는 불편한 수준이지만 해외 지역은 굶어 죽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그동안 본부가 연계해 온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과 위생 키트를 지원했다.”
―장기기증 활성화는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더 커졌는가.
“현재 장기기증 희망자 수는 올해 목표의 35% 수준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3만5000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해 450명 정도만 이식을 받고 있는 상태다. 기다리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분이 하루 평균 5.2명이라고 한다. 유럽 지역 많은 선진국의 경우 장기기증을 안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장기기증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우리도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오보스’는 무슨 뜻인가.
“우리 단체의 영문 표기인 ‘One-Body One-Spirit’의 약칭이고, 까칠한 보스라는 의미도 있다.(웃음) 후원회원용 회보를 발행하고 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요즘 남녀노소 유튜브를 보고 계시더라. 방송을 통해 그분들 요구에 맞는 정보를 주면서 예우를 하고 싶었다.”
―사회적 이슈와 교계에서 민감한 주제도 있다.
“6월 민주항쟁, 세월호 참사, 5·18민주화운동은 인간생명 존엄의 관점에서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다뤘다. 성 추문은 자극적으로 얘기하자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예방하고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물어보스’ 코너에서는 ‘사제들 월급은 얼마나 받나’ ‘미사 중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이런 얘기도 나눴다.”
“사제가 된 지 20여 년 만에 이 단체에 왔으니, 어떤 섭리 같은 게 느껴졌다. 1998년 추기경께서 사제 서품에 앞서 피정 중인 부제들에게 하신 말씀이 있다. ‘여러분이 받게 되는 사제직을 보증수표로 생각하지 말라.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듯한 말씀이었고,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는 가르침이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