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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이 위험하다…‘극단적 선택 시도율’ 가장 높아

입력 | 2020-06-22 07:13:00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3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육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뉴스1DB) © News1


청소년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우울감을 느낀 중·고등학생이 2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 있다고 응답한 중3 학생이 4년 연속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조기 발견하고 심리·정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에서 발간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로 본 청소년 우울감’에 따르면, 중고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자살 시도율이 2006년 이후 감소하다 2016년부터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질병관리본부가 교육부와 함께 중고생 6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 2005년부터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평소 보도자료에서 밝히지 않았던 학년별 수치와 자살 시도율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중고생 39.9% ‘스트레스 많이 느낀다’…중2·고2, 4년 연속 늘어

분석 결과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중고생이 39.9%에 달했다. 2006년 46.5%로 정점을 찍었던 스트레스 인지율은 2015년 35.4%까지 내려갔으나 2016년(37.5%)부터 증가 추세다. 2019년 수치는 2018년 40.4%보다는 0.5%p 낮으나 2015년은 물론 2014년 37.0%보다는 높은 수치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2019년에는 고2 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고3과 같은 43.2%를 기록했다. 고2 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015년 38.7%로 최저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중2 학생들도 2015년 32.5% 이후 4년 연속 스트레스 인지율이 증가했다. 다른 학년은 해마다 증감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고2(올해 고3) 학생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입제도 개편을 시도했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이 중3 때이던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를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 개편을 시도하다 여론 반발에 부딪혀 대입 개편을 1년 미룬 바 있다.

고2는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등 이른바 ‘스펙’을 집중적으로 쌓아야 하는 시기다.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는 내신 관리 또한 필수다.

◇우울감 경험한 중고생 2년 연속 증가…중2는 4년 연속 증가

우울감을 경험한 중고생은 2년 연속 증가했다. 2017년 25.1%에서 2018년 27.1%로 오른 데 이어 2019년에는 28.2%로 늘었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 있다는 뜻이다.

모든 학년에서 우울감 경험률이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스트레스 인지율과 마찬가지로 우울감 경험률도 학년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중1(23.3%)이 가장 낮고 고3(30.6%)이 가장 높다.

2006년에는 학년별로 우울감 경험률 차이가 뚜렷했으나 점차 학년별 격차가 줄어들어 2019년 조사에서는 중1 학생을 제외한 중2(27.7%)부터 고3(30.6%) 학생들의 우울감 경험률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고 교육통계센터는 분석했다.

스트레스 인지율과 마찬가지로 우울감 경험률도 중2 학생들만 4년 연속 증가했다. 중2 학생들의 우울감 경험률은 2015년 21.0%에서 2016년 22.7%, 2017년 24.4%, 2018년 25.7%, 2019년 27.7%로 늘었다.

◇중고생 3.0% ‘극단적 선택 시도한 적 있다’…중3 3.9%로 가장 높아

그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보도자료에서는 잘 밝히지 않았던 청소년 ‘자살 시도율’도 공개됐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중고생 비율이 2006년에는 5.5%였으나 2019년에는 3.0%로 줄었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과 마찬가지로 자살 시도율도 2015년(2.4%)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2016년부터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7년 2.6%, 2018년 3.1%로 늘었다가 2019년에는 3.0%로 약간 내려갔다. 하지만 중3 학생들의 자살 시도율은 2015년 2.5%로 최저를 기록한 이후 2.6%, 3.1%, 3.8%, 3.9%로 모든 학년을 통틀어 유일하게 4년 연속 증가했다.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자살 시도율이 더 높은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 중고생들의 정신건강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좋지 않다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내세웠던 교육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현장에서는 평가했다.

문재인정부는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교육비’, ‘학교폭력’, ‘기초학력 미달 학생’ 등 교육당국이 해마다 발표하는 핵심 교육지표들이 문재인정부 들어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문재인정부나 진보교육감들은 학업 성취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많이 강조했는데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증가했다는 얘기는 정책이 없었거나 제대로 작동을 안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학생 1인당 사교육비나 학교폭력 등 다른 교육지표들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정신건강 지표마지 좋지 않다는 것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학교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가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대학입시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입시는 놔두고 학교만 흔들다 보니 불확실성이 커지고 아이들의 불안감을 증폭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데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수업이 석 달 가까이 늦어졌다. 학년별로 순차적 등교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한다. 고3은 매일 등교하지만 나머지 중·고교생은 보통 격주로 학교에 나온다.

김지학 수석대표는 “그나마 학교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울감이 희석되기도 하고 상담교사나 보건교사 등을 통해 발견할 수 있지만 원격수업에서는 생활지도나 정서 반응을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주로 학업 격차만 얘기하는데 정서적 부분, 생활적 부분에서도 가정환경에 따라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