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 선수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철석같이 믿었던 10년 전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경북 상주시가 K리그 시민구단 전환을 끝내 포기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22일 상주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1년부터 국군체육부대(상무) 축구단을 유치해 K리그 시민구단 창단을 준비해온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당시 연고 협약에 따라 상주는 만 10년째인 올해 시민구단 전환을 하고, 2021시즌 K리그2에 참여해야 했는데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다만 상무는 경북 김천 등이 유치에 관심이 높아 새로 출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강 시장은 “재정보증확인, 창단 및 1년차 사업계획, 홈 경기장 시설현황 등의 서류를 프로연맹에 6월30일까지 제출·심사받아야 한다. 그러나 취임한지 2개월 반에 불과한 시장으로서 기한 내 결정이 어려워 미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좋지 않은 조짐이 있었다. 5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한 뒤에도 상주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시 내부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재정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현재 약 47억 원이 드는 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 연간 65억 원 가량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떠나 축구계는 시민구단 유치신청 마감일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나온 상주의 일방적인 발표에 적잖이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연맹과 사전 교감도 사실상 전무했다고 알려진다. 특히 강 시장의 담화문에 나온 “많은 시민들은 시민구단 전환이 2011년 상무의 유치 조건이었음을 알지 못했다”는 표현에 많은 축구 인들이 고개를 젓는다.
당장 상주 상무 운영비 지원의 근거가 된 ‘상주시민프로축구단 지원조례’가 있고, 상무 유치를 거쳐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광주FC의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 시민구단 창단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 맵을 밝힐 것을 요청한 프로연맹에 “2021년 시민구단으로 전환할 계획임을 알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주시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로연맹은 2017~2018년 무렵부터 상주와 꾸준히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강 시장은 “시민구단 전환이 (상무 유치) 조건이었다면 10년 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했고, 이는 정관상 결정권자인 (사)상주시민프로축구단 대표이사가 해야 했다”고 했지만 시민구단 운영은 시의 몫이고, 구단 대표가 행정 전권을 쥐고 책임지는 것도 전례 없다.
당혹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상주 상무 산하 유소년 팀이 직면한 불편한 미래를 프로연맹, 상무, 상주시민프로축구단의 공동 책임으로 몰아간 점이다. 강 시장은 “현재 제도와 비정상적인 운영이 되도록 한 3자가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그런데 시민구단 전환을 포기한 것은 3자가 아닌 상주다. 축구계 인사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든 것도, 사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도 상주시”라고 꼬집었다.
상주는 ‘상무 축구단’ 운영에 지원하는 경비 이상을 지역 축구발전과 생활체육시설 확충 등에 투자하며 구단 운영 10년 노하우와 인프라를 지역 스포츠마케팅에 제공한다고 했다. 전국 단위 대회의 지속적인 개최도 약속했다. 그러나 축구계는 약속을 어긴 상주의 약속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