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軍, 북한 ‘심리전’에 대응할까…대북 확성기 설치 여부 주목

입력 | 2020-06-22 19:02:00

22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감시자산을 통해 북한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최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 작업을 하는 정황을 파악했다. 2020.6.22 © News1


북한이 대표적 대남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시설에 대해 재설치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리 군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응할지 주목된다.

2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감시자산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다수 지역에서 북한이 최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 작업에 나선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을 예고한 이후, 북한은 대남 전단(삐라)을 대량 인쇄하는 등 심리전을 시작했다. 이날 대남확성기 재설치도 이에 따른 후속 조치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우리 군이 이같은 북한의 심리전에 ‘상호주의’로 대응해 나갈지 여부다. 이미 북한군이 대남 삐라 살포를 대대적으로 선전한데다 확성기 설치까지 나서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대북심리전 대응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2015년 목함지뢰 폭발사건이 벌어지면서 북측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확성기를 재개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재개 방침은 11년만에 이뤄지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 측 확성기 타격 협박을 했고, 실제로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 확대회의를 소집해 ‘전선지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며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태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측이 공식적으로 목함지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중단됐다.

그러다 군 당국은 2016년 1월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개시했다. 이후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중단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은 중단됐다.

그러나 2년여 만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우리 군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동안 군은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파괴 직후 군사적 도발행위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왔다. 정부 입장으로선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행위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속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은 야간에는 북한쪽으로 약 24km, 주간에는 약 10km 떨어진 곳까지 소리가 닿는 듯 실제 심리전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오면서 전면 재개에 나서기까지 군 당국의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대남 삐라를 대량 살포하겠다고 예고하고 있고,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해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우리 군도 국내 여론 악화를 고려해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군 당국은 북한의 대남 방송 및 전단 살포 상황을 지켜본 후 전면적으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보다는 인근 지역으로 한정해 실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