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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수도권 2차 유행 진행중”…‘숨은 환자’ 대유행 불씨 될까 우려

입력 | 2020-06-22 21:22:00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본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 News1


수도권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2주간(7~20일) 감염 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 비율은 전체의 10.6%.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전환 기준인 5%를 두 배 넘게 초과했다. 이달 셋째 주 확진자 중 50대 이상 비율도 절반으로 늘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 환자는 폭염에도 취약하다. 여기에 최근 서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입국 확진자도 증가세다. 국내외 위협요인이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하루 환자 100명 넘으면 사실상 2차 대유행

대유행 혹은 2차 대유행에 대한 명확한 수치 기준은 없다. 하지만 한때 병상부족에 시달린 대구경북 지역처럼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확진자가 발생하면 대유행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현재 상황에서 매일 일정 지역에 100명씩 보름 넘게 신규 환자가 발생하면 더 이상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집단감염이 집중 발생한 수도권의 경우 병상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1일 기준 수도권 병상 328개 중 입원 가능한 건 42개다. 아직 집단감염이 수도권과 대전에 국한돼 있음에도 전체 음압병상 1986개 중 38%(749개)만 남아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여름철에 유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것들이 모두 맞지 않았다”며 “결국은 사람 간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계속 일어나는 한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깜깜이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깜깜이 환자 비율은 지난달 24~이달 6일 8.51%에서 이달 7~20일 10.6%로 약 2%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무증상 환자 비율이 높은 점도 깜깜이 환자를 늘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누적되고 있다”며 “숨은 환자까지 감안하면 이미 몇몇 환자 발생을 저지하는 것만으로 막아낼 수 있는 시기는 지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독감 등이 유행하지 않은 여름철에 ‘숨은 환자’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면 가을 이후 대유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파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최대한 찾아내고 검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럽 각국 봉쇄 해제 이후 재확산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도 국내 재유행의 핵심 변수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처럼 해외 입국 확진자를 통해 집단감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1일 세계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인 11만6000여명이 남미와 북미에서 발생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5만4771명), 미국(3만6617명), 인도(1만5400명) 순이었다.

특히 지난달 각국이 봉쇄령을 해제한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한 도축장에선 20일 직원 1029명이 집단 감염됐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도 15일 100명 이상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프랑스, 영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다시 1000명대로 늘었다. 봉쇄령 해제 이후 확산 우려가 커진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차 파동이 다시 우리를 덮칠 수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것을 피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촉구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조나단 볼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BBC에 “2차 파동은 겨울철로 다가올수록 불가피하다”며 “각 정부는 정부가 (2차 파동 시) 의료 시스템에 견딜 수 있게 대비해야한다”고 전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21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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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