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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찾는 ‘골목길 명소’ 만들어요

입력 | 2020-06-23 03:00:00

서울시, 돈화문로 피맛길 등 6곳
골목길 재생사업 대상에 추가
총 10억 투입 문화거점 만들기로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서 지하철 종로3가역으로 이어지는 돈화문로는 조선시대 고관대작들이 말을 타고 다니던 길이었다. 서민들은 말을 피해 큰길 안쪽으로 난 좁은 골목길로 다니곤 했다. 이 골목길이 바로 피맛길이다. 고층빌딩이 들어선 종로 피맛길과 달리 이곳 돈화문로 피맛길은 비교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시가 돈화문로 피맛길을 포함한 시내 6곳을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은 일정 지역을 ‘면’ 단위로 재생하는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달리 골목길을 따라 500m가량 ‘선’ 단위로 재생하는 소규모 사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마포구 어울마당로 일대 △종로구 돈화문로11가길(피맛길) 일대 △용산구 소월로20길 일대 △성북구 장위로15길·21나길 일대 △구로구 구로동로2다길 일대 △동대문구 망우로18다길 일대의 6곳이다.

시는 자치구 공모 등을 통해 2018년 13곳, 2019년 12곳을 선정해 골목길 재생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공모에는 9개 자치구에서 10곳의 신청을 받았다. 백운석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은 “심사위원회에서 사업 대상지의 적정성과 자치구의 추진 역량, 주민들의 의지 등을 종합 평가해 6곳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골목길 보전 및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 유형을 세분했다. 문화와 역사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있거나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변까지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곳은 전략사업지로 분류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마포구 어울마당로 일대와 종로구 돈화문로11가길 일대가 전략사업지로 분류됐다. 마포구 어울마당로는 과거 서강역에서 당인리발전소(현 서울화력발전소)를 잇는 철도인 당인리선이 지나는 길이었다. 당인리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 1929년 개통했으나 이용객이 줄고 발전소에서 석탄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되면서 1980년 폐지됐다. 몇 년 전까지도 이 길에는 철로와 승강장을 구분하는 플랫폼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는 이 일대에 철길 테마 거리를 조성하고 홍익대와 당인리 문화 공간, 한강을 연계하는 문화거점 공간으로 키울 생각이다.

종로구 돈화문로 피맛길의 경우 골목길의 보전과 활성화가 동시에 추진된다. 이 길의 역사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 용산구 소월로20길 등은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골목길 재생을 추진한다.

시는 각 사업지에 3년간 마중물 사업비 명목으로 총 10억 원을 투입한다. 하반기에는 15곳을 추가로 선정해 총 46곳에서 골목길 재생사업을 진행한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열악하고 낙후된 골목길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이 골목길 재생사업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재생 프로그램을 도입해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