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현 어머니 아사히 인터뷰 “日, 징용-위안부문제 사죄하고 韓, 일본기업 손해배상 막아야 접촉할수록 서로 생각 잘알게돼”
의인인 고 이수현의 어머니 신윤찬 씨는 22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아들의 사고 이후 시간이 흘러 마음의 상처가 꽤 치유됐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2001년 일본 도쿄(東京) 신오쿠보역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의인(義人) 이수현’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70)가 22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아사히는 지난해 말부터 한일 간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만 26세였던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고 선로에 내려갔다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부산에 거주하는 신 씨는 매년 아들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신오쿠보역 관계자들은 신 씨가 아들을 위령할 수 있도록 북적이는 인파를 통제하며 신 씨를 배려하고 있다.
신 씨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정부에 “징용노동자와 위안부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진지한 마음이란 공식 기자회견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들의 기일에 사고 현장에 온 동년배 일본인 여성 3명이 색종이에 적었던 (위로의) 말처럼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행동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일본 기업이 징용노동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사태를 막아줬으면 한다”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일본의 경제지원은) 한국 정부가 국가 발전에 사용했다. 이것을 한국인이 앞다퉈 요구하면 수습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악에 처한 현 시점의 한일 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지인이 작년 겨울 한일 교류 행사에 참가했더니 40대 아들 부부로부터 ‘이런 시기에 참가해선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한국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일본인과 일본 정치가의 태도에 너무 큰 차이가 나서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고와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