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후폭풍]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뒷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7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AP 뉴시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북한의 첫 거부 대상은 현 국무부 부장관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실무안’이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볼턴과 같은 대북 강경파의 반대에도 ‘비핵화 로드맵 및 비핵화에 대한 정의(definition) 합의’를 골자로 한 협상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비핵화 과정의 전체 그림을 그려가자는 데 북한이 합의해주면 미국이 이에 대한 보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안. 볼턴이 이를 “마치 북한이 써준 듯한 제안이었다”고 맹비난했음에도 비건 대표가 관련 내용이 담긴 ‘북-미 합의 초안’을 북한에 독단적으로 건넬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에 대해 볼턴은 회고록에서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건의 초안 내용 중 가능한 한 모든 부분을 합의로 만들어 내기 위해 초과 근무에 나섰다”고 적어 하노이 현지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비건 대표가 북한을 대상으로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자 트럼프는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없애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은 “단계적으로 간다면 결국엔 포괄적인 그림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영변-제재 해제’ 방안을 재차 고집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보장을 원하느냐”고 물었으나 김 위원장은 “외교관계가 없으며 70년의 적대관계와 8개월의 개인적 관계만 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같은 ‘실랑이’가 이후로도 계속됐으며, 끝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가) 막다른 길에 도달했고, 현 만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하다”고 인정하면서 하노이 결렬이 확정됐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