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후폭풍]볼턴 회고록에 등장한 ‘한미 쟁점’ 방위비 협상카드로 미군철수 거론 볼턴 “한국, 위협이 실제일지 우려… 美국무-국방부는 ‘상상 불가’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7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노이=AP 뉴시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관련 대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에서) 50억 달러를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방위비 인상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트럼프가 거침없이 꺼내들었다는 것.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 위협에 대해 한국은 그것이 실제일지 우려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볼턴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원하는 만큼 내지 않으면 미군들을 진짜 철수시킬까 봐 공포스러웠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우리는 ‘워 게임(war games)’에 10센트(약 90원)도 써서는 안 된다”고 했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있는 자리에서는 “나는 한 명의 사이코와 평화를 만들려 하고 있고, 그 훈련을 하게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볼턴은 ‘사이코’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이 다분히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볼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연합훈련에 지쳤다”며 훈련 범위를 축소하거나 없애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도발적이고 시간과 돈의 낭비다. 북한 때문에 미국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고 볼턴은 적었다.
실제로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당시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에) 너무 돈이 많이 든다’고 자주 말했다”며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해 ‘그게 뭐냐’고 물어 한미 실무자들이 당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