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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차 ‘렌터카 협업 모빌리티’ 가속… 내달 국내 서비스 본격 시작

입력 | 2020-06-24 03:00:00

車제조사가 차량관리 플랫폼 제공… 운행정보 축적해 ‘모빌리티’ 개척
‘모션’식 서비스 내년엔 해외 진출… 국내 배터리 협업 이어 新사업 확대




현대자동차그룹의 모빌리티 전문기업 ‘모션’이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마트 솔루션을 활용해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렌터카 업체들과 협력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다음 달 국내에서 시작하고 내년에는 해외로 진출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사업에서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에 시동을 건 데 이어 또 다른 사업축인 모빌리티 서비스에서도 협업을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함께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기업 모션이 다음 달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 모션은 차량 관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렌터카 업체에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위치와 상태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 렌터카 업체를 위해 차량에 통신 단말기를 설치하고 △위치 관제·제어 △차량 관리 △블랙박스 연동 서비스 등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매달 일정한 이용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렌터카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 이들의 사업관리 업무와 주정차 위반 과태료나 과속 범칙금 납부까지 전산화하는 일종의 상생 모델이기도 하다.

모션은 다음 달부터 우선 50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말까지 2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90만 대에 이르는 렌터카 시장에서 서비스 비율을 높여 차량만 파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키워 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모션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수십만 대의 렌터카로부터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각종 운전 데이터다. 대량의 운행정보를 수집해 앞으로 모빌리티 사업 전용차가 갖춰야 할 특징을 분석하고, 렌터카 등 모빌리티 사업자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량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성철 모션 대표는 “모빌리티 사업자가 이용하는 차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연간 주행거리가 2, 3배 이상 길고 필요한 기능과 내구 성능 등이 다르다”며 “개인정보를 삭제한 데이터를 제공받아 어떤 차를 만들어야 할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격변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이 한 번에 수천, 수만 대의 차를 주문하는 ‘큰손’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이다.

현대차는 모션의 서비스를 응용해 내년에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윤경림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은 “차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가장 잘 안다는 강점을 살려서 차량과 플랫폼을 함께 공급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윈윈’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그랩, 올라 등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부품소재에서부터 완성차까지 자동차 제조 전반을 그룹 내의 역량으로 해결해온 기존의 수직계열화 전략에서 탈피해 미래차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사업전략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내년에 전기차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의 사업장을 직접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대표를 만났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은 자동차 기업 혼자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아는 것”이라며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면서 힘을 모으는 흐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