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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15년 동맹’ 인텔과 결별… 맥에 자체 칩 탑재

입력 | 2020-06-24 03:00:00

[커버스토리]올 연말 ‘CPU 독립’ 제품 첫선




연례개발자회의서 기조연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쿠퍼티노=AP 뉴시스

애플이 인텔과 결별을 택했다. 애플은 22일(현지 시간) 15년 동안 이어왔던 인텔과의 동맹관계를 끝내고, 애플의 개인용컴퓨터(PC)인 맥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칩 ‘애플 실리콘’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첫 제품은 올해 말 출시될 계획이다. 이로써 애플은 스마트폰부터 PC까지 사실상 모든 제품군에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하면서 ‘애플 독자적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 모바일-PC 애플 생태계 커진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으로 개최된 애플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과 인텔의 결별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는 “오늘은 애플의 맥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며 “(자체 칩을 사용함으로써) 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만 자체 개발한 칩을 사용해왔다. 노트북 및 데스크톱 등 맥 시리즈에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 2년간의 전환 기간을 거쳐 애플 실리콘으로 완전 대체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신제품 공개의 빈자리를 인텔과의 결별이라는 파격 선언이 채웠다”고 말했다.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됐던 WWDC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처음으로 온라인 무료 행사로 진행됐다.

이날 WWDC 연사로 나선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사장은 “애플 자체 칩을 탑재한 맥은 전력 효율성과 성능 둘 다 뛰어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데스트톱 PC는 성능이 좋은 데 비해 전력 소모가 크다. 반면 스마트폰은 전력 소모가 적은 대신 성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두 시장의 프로세서 칩이 달랐던 이유다. 하지만 모바일프로세서(AP)도 점점 성능이 높아지자 애플은 PC에서도 ‘저전력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더 큰 의미는 ‘호환성’이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칩을 맥북 등 PC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앞으로 소비자들은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즐기던 프로그램을 맥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두 제품에 탑재된 CPU 칩의 설계 기반이 각각 다르다 보니 호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애플 기기에서든 동일한 경험을 누리게 하고, ‘애플만의 독자적 생태계’ 안에 소비자를 묶어 둘 수 있는 오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 CNBC는 “애플은 자체 개발 노선을 따르며 인텔에 의존하는 삼성, HP 등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이제 PC 제조사들이 모바일과 연계되는 새로운 PC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 애플이 설계, 제조는 TSMC
‘애플 실리콘’은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가 제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애플의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악재일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의 설계, 생산,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최강자 인텔의 주도권이 조금씩 파운드리 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면에서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TSMC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겠지만 파운드리 시장의 전체적 성장 면에서 볼 때 삼성전자에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 iOS14도 발표했다. 앱이 단순히 병렬식으로 배치돼 있던 기존 화면을 보다 깔끔하고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착용한 뒤 차량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는 자동차 열쇠(Car Keys) 기능도 새로 공개됐다. 관심을 모았던 통화 중 녹음 기능 추가는 없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