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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법 ‘신문 영상녹화’ 증거 불인정 방침

입력 | 2020-06-24 03:00:00

“檢조서 증거능력 제한 감안… 인정땐 ‘비디오 재판’될 우려”
검찰 요구 수용불가 입장 정해




대법원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개정 형사소송법을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촬영된 피의자 영상녹화물도 증거능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데 따른 보완책으로 영상녹화물을 제시했었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검찰 조사 단계에서 촬영된 피의자 영상녹화물에 증거능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도 전달했다.

대법원은 피의자의 진술 과정 전체가 담긴 영상이라 해도 이를 증거로 인정하면 이른바 ‘조서 재판’과 다름없는 ‘비디오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검찰이 피의자 진술을 조서에 기재했든, 진술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든 간에 피고인(검찰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이 그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는 이상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했던 기존 형사소송법보다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312조는 검사가 적법한 절차와 방법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게 했다. 개정 전에는 조서 내용을 부인해도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작성됐다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서가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영상녹화물 등을 통해 입증될 경우에도 증거로 쓸 수 있게 돼 있는데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이 조항도 삭제됐다.

검찰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영상녹화물도 증거로 쓸 수 없게 되면 유죄 입증과 범죄자 처벌이 힘들어진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피의자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2월에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이르면 8월부터 시행되는데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312조 1항에 대해서는 공포 후 최대 4년간 시행을 유예할 수 있게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같은 유예 조치에 대해서도 “유예기간을 둘 필요 없이 즉시 시행하더라도 재판 업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주재한 ‘국민을 위한 수사권 개혁 후속 추진단’ 회의에 전달했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