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후폭풍]백악관 “기밀 유출” 법적 대응 추진 ‘북미 협상은 한국의 창조물’ 등 북핵 관련 110개 수정-삭제 요구 볼턴, 백악관 요청 대부분 거부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 등을 낱낱이 공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파장과 관련해 백악관은 “기밀 정보가 맞다”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 반발하는 등 회고록 내용이 향후 한미,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고록이 왜곡됐다’는 정 실장의 발언을 담은 한국 언론 보도를 23일 리트윗하며 “볼턴이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NSC는 22일(현지 시간) 정 실장의 문제 제기에 대한 동아일보의 입장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민간인 신분인 볼턴의 책에 대해 NSC가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려운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실장이 미 정부 차원의 조치를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이코”라고 칭하는 등 북한을 자극할 내용이 다수 공개된 만큼 향후 파장에 대한 검토 및 대응 논의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은 23일 회고록이 출판된 뒤 볼턴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백악관의 출판금지 소송을 담당했던 로이스 램버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책에 기밀 정보가 있다면 볼턴은 수익을 잃을 것이며 형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볼턴을 미국의 전방위 도청 의혹을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에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볼턴은 감옥에 갇혀야 할 하층민’이란 내용의 트윗도 올렸다.
백악관은 북-미 협상에 관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고 쓴 부분을 ‘자세한 설명을 붙이거나 그럴 수 없으면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한미 간 균열을 획책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친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쓴 부분도 ‘문 대통령과 화합하는 입장임을 보여주는 더 큰 협력 없이는 노딜이 발생할 수 있다’로 고치라고 했지만 역시 따르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