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위기]美 주요 전략자산 잇달아 전개
필리핀해 작전에 나선 美 해군 필리핀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 갑판에서 F-18 슈퍼호닛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미 해군은 니미츠함과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이 21일부터 필리핀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국 견제 목적의 훈련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해군 제공
북한이 한미를 겨냥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면 대표적 전략자산들을 한반도 주변에 즉각 투입해 대처하는 등 대북 상응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 주변과 역내에 투입한 전략자산의 전개 양상에서도 그런 기류가 뚜렷이 감지된다.
현재 한반도가 포함된 미 7함대의 작전구역(ATO)인 필리핀해 일대에서는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 니미츠함(CVN-68) 등 2척의 핵추진 항모가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항모에는 각 70여 대의 최신예 함재기가 실려 있어 그 자체로도 웬만한 국가의 공군력과 맞먹는다. 10여 척의 이지스함과 핵잠수함 등도 이들 항모를 호위하면서 항모타격단을 구성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통상 항모타격단의 작전 반경은 수천 km에 달한다”면서 “한반도에서 1600km가량 떨어진 필리핀해에 배치된 2척의 항모타격단은 언제든 한반도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함(CVN-76)까지 가세할 경우 한반도 유사시 3척의 항모가 한꺼번에 전개되는 상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표적 핵전력인 B-52 전략폭격기도 한반도 근처로 연이어 전개하면서 대북 도발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대남 공세를 ‘행동’으로 옮기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때마다 대표적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가까운 동북아시아로 진입시켜 강력한 견제 시그널을 보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주도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17일)에 알래스카의 아일슨 기지를 이륙한 B-52 폭격기 2대가 동해로 날아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그 이틀 뒤인 19일 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한 직후에도 B-52 2대가 오호츠크해를 거쳐 동북아로 날아왔다. 이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22일에도 B-52 폭격기 2대가 일본 열도를 거쳐 필리핀해로 향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근처를 지나갔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B-52 폭격기가 한반도 인근으로 날아온 것이다.
군 관계자는 “표면적으론 역내 지형 숙달과 비행임무 수행 차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북한에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말라는 저강도 무력시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근처를 거쳐 필리핀해로 향한 B-52 폭격기 2대도 항모강습단과 합동훈련을 진행 중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강행할 경우 B-52와 항모타격단 등을 한반도로 투입하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