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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 진실공방

입력 | 2020-06-24 03:00:00

[남북관계 위기]
정부, 살포 주장 8시간만에 “거짓”… 탈북단체 “北서 사실 여부 답할것”
北, 23일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 없어… 살포 관계없이 추가 공세 가능성




홍천서 발견된 대북전단 풍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 사진이 부착된 대북전단 살포용 비닐풍선이 23일 오전 세로로 펼쳐진 상태로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 하천에서 발견됐다. 독자 제공

정부가 23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주장한 지 8시간 만에 “허위 사실”이라며 엄중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대북전단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넘어 이젠 살포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10시경 해당 단체 회원 6명이 22일 오후 11시∼밤 12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 장과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를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살포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 단체의 박상학 대표는 “나는 경찰에서 계속 추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마추어인 회원들을 교육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수소 가스 구입이 어려워지고 갖고 있던 수소 가스도 다 압수당해 17배 비싼 헬륨 가스를 구입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등의 조사 결과 이 단체의 주장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경찰이 풍선을 띄우는 데 필요한 수소 가스를 압수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이 단체는 풍선 1개를 띄울 수 있는 양의 헬륨 가스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된 것. 이에 강원 홍천군에서 23일 발견된 풍선이 유일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해당 풍선에서는 이 단체의 주장과 달리 다른 물품은 없고 대북전단만 발견됐다. 또 정부는 22, 23일 풍향 등을 고려할 때 북한으로 간 대북전단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살포된 풍선은 1개이며, 해당 단체가 전단 50만 장을 날렸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미 해당 단체에 대한 경찰 조사가 들어간 상황에서 허위 사실 유포 등 다른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문자메시지 문답을 통해 “애드벌룬(대형 풍선)을 20개 보냈는데 하나만 홍천에 떨어졌다”며 “(전단 살포 사실 여부는) 북한에서 대답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북전단에 매우 예민했던 북한은 23일 오후까지 이런 상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전단으로 인한 실제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남북 관계 총파산을 선언하고 대남행동을 예고한 만큼 실제 대북전단이 북한 지역에 갔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추가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결국 핵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관계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남전단, 확성기 방송을 넘어 서해 무력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가 실행될 수 있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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