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원에게 주 1회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는 인프라웨어 사무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통적인 일터의 개념을 바꿨다. 2018년 기준 한국 기업들의 재택근무 도입률은 4.5%. 미국(38%)이나 일본(11.5%) 등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방역을 위해 ‘언택트(비대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은 좋든 실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올 2월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정부의 ‘유연근무제 간접노무비 지원’을 신청한 중소·중견기업은 4789곳에 이른다. 직원 수는 5만143명. 지난해 연간 신청 규모보다 각각 190%, 299% 급증했다. 이날 인프라웨어를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가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유연근무제가 일상적인 근무형태로 안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 여건상 모든 근로자가 원하는 형태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올 3월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에서 대기업의 60.9%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라고 답했지만, 중소기업은 36.8%에 그쳤다. 기업 규모에 따라 재택근무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 차이가 컸다. 집에도 보안을 갖춘 컴퓨터 등 사무기기를 갖춰야 하는데, 상당수 중소기업에는 아직 먼 얘기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살펴야 한다. 미국에선 최근 재택근무를 위한 인터넷 환경 개선이나 전기료 등의 비용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게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스위스 연방 대법원은 ‘고용주는 재택근무자에게 집세의 일부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개인 주거지를 업무를 위해 쓴 만큼 고용주가 이를 보상하라는 취지다. 재택근무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에선 아직 먼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때가 올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는 분명 피하기 힘든 ‘뉴 노멀’이다.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의 꼼꼼한 검토와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