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아있다’ 주연 맡은 박신혜
배우 유아인과 처음으로 호흡, 기존과 다른 좀비물에 매료
“집에 홀로 고립된 영화 속 상황 거리두기 일상화된 요즘 같네요”

희미하게 연결됐다 끊어지는 와이파이와 함께 삶에 대한 그의 의지도 점차 사라져 간다. 목숨을 끊으려는 준우를 붙든 건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유빈(박신혜·사진)이 보낸 레이저 신호다. 그의 등장과 함께 영화 ‘#살아있다’는 비로소 생명력을 띤다. 고독의 나락으로 떨어지려던 준우는 자신 외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고립됐던 두 사람이 연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두 사람의 의지가 폭발한다.
‘#살아있다’가 전하는 ‘연대의 힘’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 박신혜(30)를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4일 개봉한 ‘#살아있다’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의 원작 ‘얼론(ALONE)’을 토대로 조일형 감독이 제작했다.
유빈은 기존에 박신혜가 맡았던 캐릭터와 결이 다르다.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에서 시련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는 ‘캔디형’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유빈은 현실적이고 냉철하다. 더 이상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유빈은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준우와 전혀 다른 캐릭터예요. 저라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지만 유빈은 집 안에 요새를 만들고 부비트랩을 설치하죠. 로프를 타고 침입하려던 좀비의 손을 도끼로 내려찍는 담대함도 있어요.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성격을 잘 표현하는 데 집중했어요.”
극의 후반부까지 준우와 유빈은 서로 대면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네온사인으로 적은 메시지나, 아파트 간 로프를 연결해 주고받은 무전기로 소통한다. 실제로도 박신혜와 유아인은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대사가 최소화된 상황에서 공포감와 두려움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압박감이 엄습해 오는 상황에 처했을 때의 제 표정, 주변 소리나 집에 설치된 장비의 흔들림 등 미묘한 효과들이 더 현장의 공포감을 살려줬어요.”
“고립되어 있다는 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잖아요. 준우와 유빈이 홀로 고립됐다가 누군가를 만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얻은 것처럼 관객들도 비록 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