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이 확성기 설치한 날 美 항모 3척 전진 배치

입력 | 2020-06-24 03:00:00

B-52도 22일 한반도 인근 전개… 17일, 19일 이어 일주일새 3차례
北, DMZ 20여곳에 확성기 설치



필리핀해 작전에 나선 美 해군 필리핀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 갑판에서 F-18 슈퍼호닛 전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미 해군은 니미츠함과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이 21일부터 필리핀해에서 작전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국 견제 목적의 훈련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해군 제공


북한의 대남 도발 공세와 군사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시아에 잇따라 전개하면서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가 본격화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미 관계가 2017년의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23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북한이 대남 확성기 재설치에 나선 다음 날인 22일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를 이륙한 B-52 전략폭격기 2대가 일본 열도 인근 태평양 상공을 거쳐 필리핀해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B-52 폭격기들은 한반도에서 1시간 안팎의 비행거리 상공까지 접근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16일) 직후인 17일과 19일에 이어 또다시 본토에서 한반도 인근에 전개된 것.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B-52가 한반도 근처를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대남 공세를 실행에 옮길 때마다 한반도로 날아온 점에서 도발 엄두를 내지 말라는 대북 경고로 해석된다. 북한은 23일 비무장지대(DMZ) 일대 20여 곳에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주변 등 역내에 핵추진 항모도 증강 배치됐다. 현재 필리핀해 일대에선 21일부터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 니미츠함(CVN-68) 등 2척의 항모를 비롯한 2개 항모타격단이 해상 감시, 장거리 공격, 기동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전개된 B-52 폭격기들은 필리핀해에서 미 항모강습단과 작전 임무를 수행한 뒤 같은 경로를 따라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가 모항인 로널드레이건함(CVN-76)까지 포함하면 항모 3척이 7함대 작전구역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미국이 한반도가 포함되는 미 7함대의 작전구역에 항모 2척을 전진 배치한 것은 중국 견제와 동시에 최근 북한의 대남 군사행동 위협을 의식한 조치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의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레이건, 루스벨트, 니미츠 등 항모 3척이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동시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 훈련을 한 바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