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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격 등장과 국면 전환…北의 ‘보류’ 판단 이유는?

입력 | 2020-06-24 11:1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부터)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용한 행보’를 멈추고 대남 사업에 결정권을 행사했다. 그의 메시지는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였다. 사실상 우리 측을 적으로 규정한 ‘대적 사업’의 중단 메시지로 읽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23일) 김 위원장의 주재하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가 열렸다고 24일 보도했다. 전날 예비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대남 강경·공세 국면에서 김 위원장은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대남 총괄’ 역할을 맡긴 채 대남 사업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지난 7일 열린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대남 관련 메시지를 일절 꺼내지 않으며 ‘총괄’인 김 제1부부장을 향한 무언의 신뢰를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신임에 힘입어 김 제1부부장은 공격적으로 대남 적대 국면을 진행해왔다. 지난 4일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내놓은 뒤 13일, 17일에도 비난 담화를 냈다.

16일에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어진 17일 담화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역스럽다’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전체 전선에서의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예고하며 남북 간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보류 결정에 따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질주에 제동이 가해진 모양새다.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의 보류 결정이 전해진 이날 노동신문에는 대남·탈북자에 대한 비난이 자취를 감췄다. 남북 간 대결 분위기가 어느정도 누그러들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의 등장은 국면 전환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대외적으로 극단적인 대결 의지를 보여오긴 했지만, 사실 대외 사업 역량에 힘을 쏟을 만큼 내부의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 상황 악화가 큰 부담으로 꼽힌다. 올해 초 목표했던 경제난 ‘정면 돌파전’의 성과를 온전히 내기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극단적 대결은 피하는 것이 국가적 역량 집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빠르게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9일 대북 전단 살포를 차단할 방침을 세웠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이러한 대응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보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부의 대응에 일면 반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적대 국면의 끝이 결국은 ‘대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남 적대 국면에 김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이 상황에 따라 남북 관계를 조율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제 중심의 정면 돌파전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위기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남 군사 행동계획들에 대한 취소나 기각이 아니라 보류라는 점을 지적했다. 긴장 수위는 낮아지겠지만 북한이 언제든 남측을 향해 다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에 대한 한미동맹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보류해두었던 남측을 향한 연속적 군사행동을 계속할 수 있다”라며 “미국을 향한 전략적 도발도 감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