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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군사행동 보류” 지시와 함께 北매체 ‘대남 비난’ 사라져

입력 | 2020-06-24 11:22:00

북한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총칼을 든 북한 군인이 그려진 선전화. 24일 현재는 사라졌다. /2020.6.16(‘우리민족끼리’ 갈무리)©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가운데, 맹렬한 대남 비난을 이어오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북한 선전매체들의 대남 비난 목소리도 동시에 잦아든 모습이다.

신문은 24일 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가 화상으로 전날(23일) 진행됐으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된 것을 고려한 듯 김 위원장의 사진은 없었지만 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제일 상단에 게재했다.

그리고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이후 20여일간 이어져 온 대남 적대 기류도 이날 신문에서는 표출되지 않았다.

신문은 전날까지도 전단(삐라) 살포 예고 보도를 접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구체적인 행동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보도된 예비회의 일자대로라면 확성기 재설치 및 대남 전단 살포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와중에 김 위원장 주재로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을 보도하면서 대남 사안들에 대한 톤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총참모부가 대남 전단 살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준비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해왔다. 특히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에 ‘다 잡수셨네…북남(남북)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새긴 전단 등을 공개하면서 비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2일에는 1200만 장의 삐라와 3000여 개의 풍선 등이 준비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탈북자·대남 항의 군중 집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신문은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각지에서 진행한 시위 등 각계 반응을 실은 기사를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은 ‘자멸을 재촉하는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 버리자’ 등 위협적인 선전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어 농촌과 공장, 기업소, 건설장 등 경제 현장 곳곳에 탈북자와 남측을 비난하는 선전물이 게시된 사진들도 연일 공개됐다.

지난달 북한 매체 보도 사진만 해도 생산 현장에는 농사철 다수확과 경제발전을 위한 성과를 독려하는 내용의 구호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당국의 대남 공세에 맞춰 선전 문구를 재빠르게 바뀐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신문은 이날 ‘아름다운 수도 평양의 거리에 장미꽃이 활짝 피어났다’면서 평양 곳곳에 붉은색 장미꽃이 활짝 핀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수일간 이어진 적대적, 위협적 논조의 보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보도였다.

다만 북한의 기조가 완전히 전환된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삐라살포 준비 등 주민들과 함께 대남 보복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유보 결정을 한 배경과 이유를 노동신문 등을 통해 조만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조선의 오늘,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선전매체들도 최근 대북 전단 관련 남측을 비난하는 기사를 모아 놓은 페이지를 삭제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당시 매체들은 ‘천추에 용납 못 할 죄악을 저지른 역적무리들을 죽탕쳐버리자’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린 자들에게 무자비한 철추를 내릴 것이다’는 문구가 적힌 선전화를 각각 배너로 내걸어 이를 누르면 별도의 페이지가 나타났었다.

이 페이지에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등 이달 들어 북한이 공식 발표한 담화와 논평, 투고, 기사, 시, 단상 등 여러 형식의 대남 비난 글들이 불과 열흘 사이에 100여 개 넘게 게재된 바 있다.

내용은 대체로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자들을 ‘쓰레기’라고 비난하고, 이를 묵인한 남측 정부에 대한 보복 의지를 다지는 등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결정이 발표됨과 동시에 이 페이지들과 배너는 모두 사라졌다. 북한 내부적으로 대남 강경 및 비난 기조에 확실한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