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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측 “연희동 자택 기부채납은 위법”…사실상 거부

입력 | 2020-06-24 12:42:00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0.4.27/뉴스1 © News1


추징금 미납으로 압류된 전두환 전 대통령(89)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강제 처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재판이 1년여 만에 재개된 가운데 검찰과 전씨 측은 ‘기부채납’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4일 전씨 일가의 추징금 집행 이의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검찰 측은 이날 기부채납 관련 협의 진행상황과 관련해 “시간을 두고 전씨 측에서 의사를 밝혀주길 기다렸는데 시간이 지나도 입장이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정해진 입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씨 측 변호인은 당시 법정에선 “따로 언급할 말이 없다”고 넘어갔다. 다만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제안한다면 검토할 필요는 있겠지만 연락을 받은 건 없다”면서도 “(기부채납) 방법은 법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위법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진행된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2013년 피고인의 아들이 한 이야기나 부인의 자서전에 나온 것을 근거로 기부채납을 할 수 있다면 연희동 사저 부분은 일단락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검찰은 신청인들의 의사대로 생존 시까지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 등 문제를 유관기관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재판 이후 이날 심문기일이 열리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검찰과 전씨 측 간에 기부채납 관련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데다, 사실상 전씨 측에서 기부채납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연락이 없었다는 전씨 측 주장에 “그동안 전화도 하고 연락해서 입장을 물어봤다”고 반박했다. 이어 “(연희동 자택은) 옛날에 전씨 측에서 내겠다는 목록에 포함된 부분인 만큼, 우리로서는 약속했던 수준을 최대한 이행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내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는 지난 2013년 검찰에 미납추징금 관련 ‘자진납부 계획서’를 제출하며 “부모님이 현재 살고 계신 연희동 자택도 환수에 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소유했던 이태원 빌라와 경기 오산 일대 토지에 대한 추징이 적법한지를 놓고도 첫 심문절차가 진행됐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나면서다.

당시 헌재는 불법 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취득한 재산이라면 제3자를 상대로도 추징할 수 있게 한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이태원 빌라의 경우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신설되기도 전에 압류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명백하다”며 “오산 일대 5개 부동산은 70년대부터 이규동씨(이순자씨 부친)의 소유로 있다가 이창석씨에게 증여된 것으로 불법재산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 측은 해당 부동산들이 모두 전씨가 받은 뇌물이 유입돼서 마련됐기 때문에 불법재산이라는 취지로 받아쳤다. 현재 오산 일대의 토지는 공매가 진행됐지만 아직 공매 금액에 대한 배분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산 일대 부동산 5개와 이태원 빌라만 해도 약 100억원대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97년 법원은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면서 추징금 2205억원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전씨의 연희동 자택도 압류처분 대상이었지만, 전씨는 2018년 12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전씨의 추징금 2205억원 중 미납된 금액은 약 1005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현재 재판을 통해 추징 적법성을 가리고 있는 연희동 자택과 이태원 빌라, 오산 일대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