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노동신문
이달 4일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공세의 전면에 나섰을 때, 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 일을 김여정이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채널A 방송에 나가서 두 가지 측면을 이야기했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남한에 대해 화가 날 때까지 났고, 김여정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참모들이 이 화를 풀고 살아 남기 위해 대남 공세 카드를 집어 들었을 가능성이었습니다. 다음은 협상론의 측면입니다. 공세에는 끝이 있기 마련인데 김정은이 공세를 하고 김정은이 돌아서는 모양새는 보기에 좋지 않기 때문에 공세는 김여정이, 돌아서기는 김정은이 하기로 역할분담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습니다.
오늘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라는 것을 열어 군이 추진하고 있는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 그럼 왜 김정은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김정은의 화를 풀고 살아남기 위해 김여정과 김영철이 대남 도발을 진행했다면 이를 지켜보던 김정은이 ‘어, 수고했는데, 너무 나가진 마라’는 사인을 보낸 것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김정은의 화가 어느 정도 풀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남한에 대한 도발이 가져 올 여러 가지 비용을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오늘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계산법 속에 대남 공세는 대미공세에 비해 한 단계 급이 낮은 것이기 때문에 대남공세는 김여정이, 대미공세는 김정은이 맡기로 역할이 분담되어 있을 경우입니다. 김여정이 주도하는 대남공세의 숨을 고르면서 김정은이 직접 나서 대미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노동신문 보도에는 “예비회담에는 제5차 본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하였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하였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포함한 전략무기 시험이나 공개 등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대남 도발을 보류했다고 안심하거나 좋아할 것이 아니라 더 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