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뉴스1 © News1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을 지목한 유언장이 나오면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신동주 SDJ홀딩스 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자격을 거론할 명분마저 사라졌다는 평가다.
유언장의 효과는 강력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이끌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정점’에 올라선 동시에 고(故) 신격호 창업주의 지위를 온전하게 계승하게 됐다.
◇故 신격호 명예회장 “그룹 이끌 후계자는 신동빈”
해당 유언장은 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연됐던 사무실 및 유품 정리를 최근에 하던 도중 발견됐다. 이달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했다.
유언장에는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인 신동주 SDJ홀딩스 회장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에 한해 참여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후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遺旨)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해당 사실을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들에게 전달하고,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을 지목한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나오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유언장까지 나오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료됐다”며 “더 이상 분쟁을 이어갈 명분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신동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주들도 신동빈 회장 손 들어줘…“해임안 거부”
롯데지주는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의 건’과 ‘정관 변경의 건’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지난 4월 28일 신동빈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의 건과 정관 변경의 건 등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으면서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이 크게 훼손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형 신동주 회장의 ‘반격’은 허무하게 끝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회사 제안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승인 가결했지만, 신동주 회장의 주주 제안은 부결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열린 주주총회는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싱겁게 마무리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분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 지주회가 27.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는 10.7%, 관계사가 6%를 들고 있는 구조다. 신동빈 회장의 지분은 4%, 신동주 회장은 1.6%다.
이중 광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분이 신동빈 회장에게 우호적이라는 평이다. LSI는 의결권이 없다. 실제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로 인해 기업 가치와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인식하는 주주가 없다”며 “기업 가치가 치명적으로 훼손됐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 해임안이 가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신동주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봤다. 지난 1월 19일 부친인 신격호 회장이 별세한 지 101일 만에 ‘형제 갈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월 설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에게 가족 회동을 제안한 것도 ‘보여주기식 쇼’로 드러난 셈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