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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응수 “나이 먹는게 행복…‘중년 멜로’ 찍는게 꿈이죠”

입력 | 2020-06-25 06:57:00

배우 김응수는 “나이 들면 저절로 ‘꼰대 기질’이 나오게 돼 있다”고 인정했다. 후배들과 일할 때도 “천천히 해,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그가 꼽은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은 “마음 수양”이다. 사진제공|MBC


■ ‘곽철용’ 캐릭터로 역주행·‘꼰대인턴’으로 25년만에 첫 주연 김응수

누구나 나이 먹으면 꼰대 기질
나를 낮추는 마음의 수양 중요
나이 들어도 배움 멈춰선 안돼
중년 삶 다룬 작품 많이 나오길


‘꼰대’.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아랫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어른을 이르는 말로 중년 연기자 김응수(59)에겐 먼 듯하면서도 가까운 단어이다. 하지만 그는 “‘꼰대’의 쌍기역 근처에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신한다. “남의 인생 참견 말자”게 평소 신조다. 후배 연기자들뿐 아니라 두 딸에게도 ‘간섭 금지’의 원칙을 지키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도 요즘 ‘꼰대’의 상징과도 같은 “라떼(나 때)는 말이야!”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 즉시 “이런 말 쓰면 안 되는데”하고 반성하지만,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꼰대’ 기질은 인간이라면 가지고 태어나는 보편적인 속성”이라는 것을….

이처럼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속 ‘꼰대’와 싸워온 그에게 올해 2월, 운명처럼 MBC ‘꼰대인턴’이 찾아왔다.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응수는 “난 비록 ‘꼰대’는 아니지만, 그 단어야말로 당시 대본도 나오지 않았던 드라마에 덜컥 출연을 결심한 이유”라며 웃었다.

배우 김응수. 사진제공|MBC


● “무게 잡기 절대 금지!”

김응수는 지난달 20일 시작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꼰대인턴’에서 라면 제조회사의 부장이었다가 인턴으로 다시 돌아간 ‘꼰대’ 이만식 역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극중 젊은 부장인 박해진과는 매사에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엔 서로에게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젊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극중 이만식과 김응수는 상당 부분 닮았다. 그는 이를 위한 첫 번째 비결로 “나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그걸 ‘바보를 연기한다’라고 표현해요. 무게 잡지 않고 먼저 다가가 농담을 하면 후배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이 저절로 마음을 열어요. 비록 ‘저 선배님 너무 가벼운 거 아냐?’라는 말을 듣더라도 말이에요.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저만의 원칙이에요. 동명이인이라도 ‘분장팀 지은이’로 부르는 식이죠.”

목적은 단 하나, “좋은 장면 하나 더 찍기 위해서”다. 김응수는 “팀워크가 좋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이를 가르쳐준 것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만난 연기자 박근형이었다. ‘하늘같은’ 선배 연기자인 그가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는 모습에 반해 “나도 꼭 저렇게 되어야지”라고 마음먹은 다짐을 여태 지키고 있다.

“사실 ‘꼰대 기질’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나오게 되어있어요. 저 또한 후배 연기자들이나 나이 어린 매니저 친구들을 보면서 조급해질 때가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천천히 해,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줘요. 갈수록 마음의 수양이 반드시 필요한 나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 세상의 부장님들! 모두 잘 아셨지요? 하하하!”

배우 김응수. 사진제공|MBC


● “배움의 즐거움, 연기하는 이유”

김응수가 요즘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참고 견디면서 포기하지 말자”이다.

비교적 늦은 35살의 나이에 첫 영화를 찍고, 데뷔 25년 만인 올해 ‘꼰대인턴’으로 처음 주연을 맡은 그의 인내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한 마디이다.

“1981년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하고, 일본에 유학도 가면서 연기를 열심히 배웠지만 첫 영화는 늦게 만난 편이에요.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걸 봤어요. 제가 여기까지 온 건 다른 게 아니에요. 연극배우로 연봉 30만 원을 버는 시절에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내가 포기하는 순간 꿈도 나를 버리고 도망간단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연기 하나만 보고 25년을 달려왔다. 그랬더니 뜻밖의 행운들이 터졌다. 작년엔 2006년 찍은 영화 ‘타짜’의 곽철용 캐릭터가 회자되면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굽이치는 곡절을 지나온 후 “참 잘 걸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한다.

“조금씩 ‘인생 별 것 없네’라는 걸 깨달아가요. 그럼에도 배움은 멈추지 않으려고 해요. 당장 며칠 후에도 도올 김용옥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요. 저는 배우는 게 재미있고, 평생 해야만 한다고 여겨요. 연기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죠. 인간을 연구해야만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배우를 하는 거예요.”

이제 곧 예순,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 어떤 일이든 곧장 이해가 된다는 의미의 ‘이순’이다. 김응수는 “이제는 좀 우주를 알겠고, 인간을 알겠다”며 껄껄 웃는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도 여유롭다. “나이가 먹는 게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저처럼 행복한 중·노년들의 삶을 다루는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른, 긍정적인 어른을 받치는 젊은이. 이런 따뜻한 관계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면 바랄 게 없겠어요. 비슷한 맥락으로 자주 외치는 꿈의 장르가 있지요. 바로 ‘중년 멜로’!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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