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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아닌 선의? ‘황제병사’ 당사자 조사 없는 ‘반쪽 감찰’

입력 | 2020-06-24 19:30:00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News1


공군이 이른바 ‘황제 병영생활’ 논란을 일으킨 A 상병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내놨다. 공군은 A 상병이 진료를 핑계로 외출해 집에 들른 정황을 포착하고 군사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1인 생활관을 사용하고, 간부가 빨래 심부름을 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거나 간부 개인의 선의에 의한 행동으로 결론 내렸다. 감찰 과정에서 A 상병에 대한 직접 조사가 없었던 데다 그가 각종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최영 전 나이스그룹 부회장의 압력이나 청탁 여부 등은 감찰 결과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13차례 세탁 심부름 들어준 부사관 “선의였다”
공군본부의 감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금천구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제3여단으로 전입한 A 상병은 올해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대 면회가 제한되자 소속 부서 부사관(중사)에게 “모낭염, 피부염 등 피부질환으로 생활관 공용세탁기 사용이 어려우니 부모를 통해 집에서 세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그 전까지 A 상병은 주말 가족면회 시간을 이용해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해 왔다고 한다.

이에 해당 부사관은 3월부터 두 달 동안 13차례에 걸쳐 부대 입구에서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감찰 조사에서 이 부사관은 “병사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자 했다”며 선의로 심부름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세탁물을 전달받은 부모는 세탁된 옷가지와 생수 등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이 부사관을 통해 A 상병에게 수차례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A 상병이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했다는 특혜 논란에 대해선 그가 2일 두통과 고열(37.8도)로 외진을 다녀온 뒤 ‘2주간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 3일부터 10일까지 생활관을 단독으로 사용하게 했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생활관 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A 상병은 동료들과 생활관 에어컨 사용을 두고 갈등이 있었고 생활관 으뜸병사(선임병사)가 A 상병의 단독 생활관 사용을 건의했으나 기지대장(소령)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단이탈 의혹과 관련해서도 공군은 부대 전입 후 A 상병이 총 9차례 외래진료(7차례 민간진료)를 목적으로 외출을 나갔고, 모두 부서장의 승인이 있었던 만큼 탈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A 상병은 서울 강남구 자택과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데다 진료 후 자택을 방문한 정황이 포착돼 군사경찰은 군 형법상 근무지 무단이탈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 당사자 조사 없는 ‘반쪽 감찰’
하지만 감찰 조사 과정에서 A 상병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논란이 된다. 공군은 A 상병에 대한 조사 없이 일부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감찰을 마친 뒤 문제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하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감찰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 만큼 A 상병이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A 상병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 공군은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황제 병영생활’ 논란이 일자 감찰에 착수했다. 현재 군사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인 부사관의 세탁물 심부름 과정에서 A 상병 부모 측으로부터 별도 대가를 받았는지, 세탁물과 함께 반출된 물품이 금지품목인지 등도 감찰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의혹들이 남은 상황에서 공군이 감찰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군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 확산을 서둘러 차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병영생활 도움관리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지원하고, 외출 등 병사 출타는 엄정하고 형평성 있게 시행되도록 사전, 사후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