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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공기업 정규직 된다? ‘인국공’ 논란 팩트체크 해보니

입력 | 2020-06-24 21:14:00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2일 인천공항 보안요원 19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고 밝혔다.2020.6.22/뉴스1 © News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근로자 등 비정규직 9785명을 연내 정규직 전환한다고 밝힌 뒤 취업준비생과 기존 직원 등이 ‘역차별’이라 반발하자 24일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노동조합도 “우리는 알바(아르바이트)가 아니다”며 항변했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노력 없이 공기업 정규직이 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한 취업조사에서 2018년 이후 줄곧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에 뽑혔다. 취준생 사이에선 서울 4년제 대학 졸업과 토익 900점대 후반의 성적이 공사 취업을 위한 ‘기본 스펙’이라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4일 보도 자료에서 “알바가 보안검색 요원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보안검색요원은 ‘국가민간항공보안 교육훈련지침’에 따라 약 2개월 교육을 수료해야 하고 국토교통부의 인증평가를 통과하는 등 단독 근무를 하기까지 1년 이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단기 근무자로선 불가능한 과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보안검색 요원을 ‘알바○’ 등 단기직 구인 사이트로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검색노조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다수가 항공보안학과나 항공서비스학과, 경호학과 등을 나와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일반직 채용을 원하는 청년들의 일자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보안검색요원이라 밝힌 한 시민이 “정당하게 회사에 지원해 교육 받고 시험 보고 하루 14시간 일했다”며 속상해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기존 직원과 같은 연봉을 받는다’는 지적도 공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 했다. 보안검색요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평균 임금이 3850만 원인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직원 평균 임금(8397만 원)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보안검색노조 역시 “현 임금에서 약간 오를 뿐, 공사 일반직과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사는 앞으로도 기존 일반직과 이번에 전환되는 정규직의 임금 체계는 별개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1인당 연 505만 원(지난해 기준) 수준인 복리후생 혜택은 똑같이 누린다.

대규모로 정규직을 전환하면 신규 채용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공사 측은 “경영이나 회계 사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채용은 기능직과 별개 진행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2143명은 보안검색과 공항소방대, 야생동물통제 등의 업무를 현재대로 수행하며 사무직으로 옮길 가능성도 낮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입사 시기와 직무에 따라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적격심사,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필기전형,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친다”고 전했다. 누구도 무임승차하듯 정규직이 되진 않는단 설명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