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키는 것을 ‘화상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김 위원장의 화상회의 주재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화상회의로 주재했다고 24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주요 군사정책을 심의하는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결과를 공표한 것은 물론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키는 중요 결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일부 회의가 화상회의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이 주재한 화상회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상회의를 두고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7일 당 정치국 회의 때만해도 김 위원장이 대면 회의를 열었는데 그 사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아니냐는 것.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면회의가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의미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당장 본회의를 열 수 없어 화상으로 예비회의를 개최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이번에 김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통상 화상회의 정도면 사진 한두 장 나올 법한데 공개 안 된 걸 보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추후에 공개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사진 내기에 부적합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앞선 간부들의 화상회의 모습을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화상회의 시설이 열악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